동심이 고발한 공해현장/채규진 문화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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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썩어가는 강과 날로 매케해지는 대기는 이제 어른들만이 걱정이 아니다. 어린이들도 그들의 생활주변이 오염되어 가는 것을 느끼고 아파하고 있다.
인천교대 부속국민학교 어린이들이 고사리손으로 어설프게나마 적나라하게 찍은 공해현장사진과 환경보호 포스터 1백여점을 22일부터 전시하고 있는 인천시 문화회관 전시장은 마구 환경을 훼손하는 어른들이 고개를 숙여야할 자리였다.
오염된 바다와 공단이 둘러싸인 인천에 살고 있는 이들 어린이들은 지난 1년간 자기가 사는 마을에서,또 가족과 함께 유원지에 나들이 갈때마다 자동카메라로 그들의 순수한 마음마저 오염시킬 것 같은 현장을 담았다.
이 학교 4∼6학년생 2백여명이 출품한 작품은 모두 9백여점. 장소의 제한으로 심각하고 시사하는 바가 많은 1백10점만 전시되고 있으나 관람나온 어른들이 어린이들이 본 환경오염실태의 심각성에 더욱 놀라고 있다.
아름다운 석양을 검게 물들이는 매연,농촌방죽에 널려진 쓰레기들,폭포처럼 쏟아지는 오물들,온동네 하천을 휩싸고 있는 합성세제 거품들이 아이들의 눈에 잡혔다.
또 하천가를 가득 메운 쓰레기,오물을 쏟아내는 하수구 구멍 등이 아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었다.
어린이들은 공해의 모습을 고발함과 함께 어른들에게 환경을 오염시키지 말고 살아가자고 호소하는 포스터들을 만들었다.
『쓰레기를 먹고 자란 나무들에 무슨 열매가 열릴까요』『오염된 바다의 청소당번은 누구일까요』『등이 구부러진 생선을 우린 먹을 수가 없어요….』 귀여운 물고기가 방독면을 쓰고 있는 그림,합성세제를 고기밥처럼 먹고 있는 물고기….
아이들이 포스터에서 호소하는 메시지들은 어떤 환경오염보고서보다 더 우리의 경각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어머니 설거지를 돕다가 발견한 역겨운 합성세제 거품을 자동카메라로 잡은 안소영양(12)은 『이 물을 우리 가족과 이웃이 다 마셔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끔찍했어요』라며 환경보호의식을 일깨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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