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환경보전 법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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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두산전자의 페놀유출사건은 동일한 유형의 사고가 같은 업체,같은 위치에서 불과 1개월사이에 재발했다는 점에서 해당기업과 관계당국에 대한 국민의 원성과 분노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두산전자는 첫 사고가 발생했을 때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전력을 다하기로 국민 앞에 다짐했고,피해배상의 뜻으로 2백억원을 내놓으면서 수질개선에 앞장서겠다고 약속했었다. 또한 정부당국도 공해예방을 위한 감독과 단속이 불비했음을 인정한 나머지 수명의 실무책임자들이 구속되는 사태를 감수했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공해관련 법규를 정비·강화하는 한편 공해환경 개선책을 발표하는 등 수선을 떠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공해방지설비가 완전 보수됐다는 전제 아래 전자업계 전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서 서둘러 조업을 재개한지 10일만에 지난번과 똑같은 원인의 사고가 다시 터진 것이다. 철저한 감독과 점검도 없이 조업재개를 허용한 관계당국의 경거망동이야말로 거듭되는 직무유기요 국민에 대한 배임이 아닐 수 없다.
두차례에 걸친 페놀유출사건은 말할 것도 없고,과거에 수없이 발생한 굵직한 공해사건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환경은 개선은 커녕 더욱 악화일로에 있다. 그 원인이 바로 기업과 정부의 이러한 안이하고도 임시방편적인 자세와 행정의 결과임을 우리는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
이번에야 말로 그러한 악습의 관행을 차단하고 뿌리뽑는 마지막 계기가 돼야 한다. 해당기업과 관계당국의 책임을 엄중히 묻는 단호한 조치가 있어야만 한다.
관련법규의 미비점에 대한 지적도 나오고 있다. 현행 수질환경보전법은 기업이 오염물질을 폐수의 형태로 배출했을 경우에만 처벌할 수 있을 뿐 원료가 과실에 의해 유출됐을 때는 비록 유독물질이라도 전혀 제재가 불가능하게 돼있다. 또 폐수배출도 자진해서 당국에 이 사실을 신고만 하면 행정처분을 내릴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다.
페놀사건 이후 정부가 마련해서 이번 임시국회에 회부하게 될 환경범죄 처벌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에도 허점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독성물질의 방류로 인한 피해가 구체적으로 나타났을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할 뿐 유출사고 자체에 대해서는 제재할 수 없게 돼 있다는 것이다.
법규의 미비는 곧 환경오염의 본질과 과정에 대한 인식부족의 소산이다. 제3,제4의 페놀유출 사고를 막기 위해서도 법적 미비점의 보완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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