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구 당 냉장고 1대 꼴|농촌 문화용품 보급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소득이 높아지면 가구·TV·냉장고 등 내구 소비재의 소비가 급증하는 게 일반적이다.
소득이 낮다고 해서 음·식료품에 대한 지출을 줄이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내구 소비재는 참고 있다가 소득증가와 함께 구입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문화용품의 보유 패턴을 보면 가계는 물론 나라 전체의 생활수준도 가늠할 수 있다.
경제 기획원의 인구주택 총 조사 결과에 따르면 70년 당시 TV(흑백)의 보급률은 6·4%에 불과했다.
특히 농촌지역은 겨우 0·8%로 1백가구 정도가 모여 자연 부락을 형성한다고 볼 때 한 마을에 흑백TV가 한 대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 당시 저녁시간이면 마을 사람들이 TV가 있는 집에 모여 드라마나 쇼를 보며 함께 웃고 즐거워 당시 도시지역은 1백 가구 당 15가구가 TV를 갖고 있었으니(보급률 14·5%), 도시·농촌 사이의 현격한 차이를 실감케 해준다.
그런데 90년 현재 농가의 컬러TV 보급률은 96·3%(농림수산부 농어가 경제 조사통계)로 이제는 농촌에서도 거의 모든 가구가 TV를 보유하고 있다.
냉장고의 증가 추세도 이와 비슷해 70년만 해도 농촌지역의 보급률은 0·4%(도시지역은 4·6%)였는데,「20년 후」인 지난해 보급률은 1백·1%이었다. <그림 참조>
작년 현재 1백 가구의 농가 중 90가구 이상에서 갖고 있는 문화용품은 컬러TV·냉장고·전화·전기밥솥·가스레인지 등이다. 대부분 한번 장만하면 몇 년씩 꽤 오랫동안 쓸 수 있는 것들이다.
농촌 하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개울가에 아낙네들이 모여 앉아 빨래하는 모습을 연상한다. 그러나 요즘은 10가구에 4가구 꼴(90년 현재 보급률 37·4%)로 세탁기를 돌린다. 75년 0·1%, 80년 2·5%있던 점을 생각하면 급격하게 늘고 있는 가전제품 중 하나다.
최근에는 오토바이·자동차 등 교통수단 보급이 두드러 진다.
자동차(승용차·소형 화물 트럭 포함)는 87년 조사 때 1백 가구 당 겨우 1·3대였다. 그러던 게 지난해에는 5대로 부쩍 늘어났다.
오토바이의 경우 83년에 10가구마다 1대 꼴(10·8%)이었는데 지난해 3대 꼴(29%)로 불어났다.
신문구독 가구는 90년 현재 1백 가구 당 28·8가구로 12개 조사물품 중 유일하게 89년보다 1가구가 줄었다. 아무래도 농촌에선 신문배달이 쉽지 않으며 각종 정보를 신문보다 TV쪽에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같은 농가의 문화용품 보급률 증가가 곧바로 농가의 생활형편이 좋아졌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농가의 부채증가율은 여전히 소득 증가율을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현재 농가의 평균소득은 1천1백2만6천 원으로 89년보다 16·8% 늘었는데, 부채는 4백73만4천 원(21·4%)으로 증가율이 더 높았다 이같은 부채 증가에는 문화용품의 구입도 한몫을 하고 있다.
살림은 뻔한데 소비패턴은 도시를 닮 아가 월부 등 무리를 해서라도 가전제품 등을 구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다.
농가의 문화용품 보급증가를 단순하게 농촌생활 개선으로만 생각할 수 있는 점도 이런 이유에서다. <양재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