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편과 이혼 가능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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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탈북 여성이 재혼을 위해 북에 있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내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탈북자가 북에 남아 있는 배우자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낸 것은 처음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7단독 정상규(丁相奎)판사는 11일 "최근 30대 탈북 여성이 남한에서 재혼하기 위해 북한 배우자와 이혼하게 해달라는 소송을 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여성은 소장에서 "북한에 있는 남편은 다시 보지 못할 가능성이 커 이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사건의 첫째 쟁점은 북에서 한 혼인이 법적 효력이 있다고 봐야 하느냐다.

법원이 북한법을 인정하지 않으면 이 여성은 북에서 한 혼인의 효력 자체가 없어진다.

이 경우 이혼소송이 아닌 혼인무효소송을 내면 재혼이 가능하다. 하지만 그럴 경우 탈북자들이 남한 호적을 취득할 때 통일부 장관과 가정법원장의 승인을 얻어 호적에 배우자를 표시하는 현행 제도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북에서 한 혼인을 인정한다 해도 이혼의 책임을 놓고 논란이 예상됐다. 우리 대법원은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사람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이혼소송을 낼 수 없다"고 판결해 왔다.

따라서 탈북자는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는 배우자이기 때문에 이혼소송을 내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 丁판사는 "국가정보원.통일부.법무부 등에 공식적인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면서 "관련 기관 등의 의견을 참고해 내년 1월 중 선고할 예정이지만 궁극적으로 통일 이후 상황 등을 고려한 입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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