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 마지막 날까지 행사 국민 평가는 작년에 포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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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3일 임채정 국회의장, 한명숙 총리,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오른쪽부터) 등과 함께 2007년도 청와대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이용훈 대법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대통령이 3일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과 정면으로 맞서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오전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매주 국무회의를 직접 챙기겠다"고 한 데 이어 오후 신년 인사회에선 "내게 주어진 합법적 권력을 마지막 날까지 행사하겠다"고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국민의 평가를 잘 받고 싶은 욕심이 있었지만 작년에 완전히 포기해 버렸다"며 "2007년에는 (평가에)신경을 안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까지 했다.

지난해 12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예고한 "할 일도 열심히 하고 할 말도 다 할 생각"이라는 발언이 구체화되는 셈이다. 청와대는 4일 노 대통령이 경제점검 회의를 주재할 것이라고도 예고했다. 임기 말 국정 표류 현상을 미리 차단하기 위해 새해 들어 청와대가 총력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음은 노 대통령의 발언 요지.

◆"국민 지지 큰 기대 안 해"=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지지와 신뢰가 날로 계속 떨어진다. 2006년 새해에 올라갈 것인가, 그런 기대를 해 봤는데 별 볼일 없더라. 올해 크게 기대하지 않으려고 한다. 언론의 평가는 애당초 기대한 바 없으니 어떻게 나와도 상관없다. 한 가지, 스스로의 자긍심, 내가 봐서 그게 아니다 싶으면 그때는 어디에 의지하고 무슨 힘으로 버틸 것인가, 이런 불안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오늘 그 불안을'법제 실적 보고'(현 정부 입법 실적이 매년 증가했다는 내용)가 조금 씻어줬다. 지금은 좀 시원한 편이다. 마음이 막힌 데가 없다. 내년 이맘때 되면 다음 정부에 보따리를 넘겨줘야 된다. 좋은 보따리를 넘겨주려고 한다. 통통하게 살찐 돼지, 건강하고 튼튼한 돼지를 넘겨주고 싶다.

◆"부동산 문제가 걱정"=지금 부동산 문제가 걱정이다. 잠시 한숨 돌리는 동안에 사고가 나긴 했지만 그 시행착오는 바로잡을 수 있다. 구조적으로 더 갈 수 없는 구조 위에 서 있기 때문에 아무리 배짱이 좋은 사람도 오래 버티지 못한다. 작전 세력이 오래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서민의 마음이 급한 수요에 대해 신뢰를 주는 것이 문제인데, 최선을 다하겠다. 실제로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부동산 파동으로 인한 금융 부분에 다소 불안한 기미가 없지 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부동산과 함께 다잡고 있다. 큰 사고 생기지 않을 것이라는 보고 받고 있다.

◆"마지막 열심히 하고 싶어"=개혁피로증을 얘기하는 사람이 하도 많아서 참여정부는 개혁이란 말을 많이 쓰지 않았다. 그러나 피해 갈 수 없다. 개혁 안 하고 선진국 되는 방법이 있는 것 아니다. 그냥 개혁이 아니라 속도 있는 개혁이어야 한다. 마지막 한 해 저도 열심히 하고 싶다. 자꾸 '레임덕', 심하면 '식물 대통령' 얘기하는데 오늘 이자리 나와서 얘기 하는 거 보니 식물 대통령은 아닌 것 같죠. 나는 처음부터 대통령에게 합법적으로 주어진 권력 말고 법 외에 아무 권력도 가진 적 없고, 행사한 적 없다. 정치적 환경에서 1년 채 안 되는 시간만 여대 국회를 가졌지, 나머지 전 기간 동안 여소야대 국회를 안고 정치적 맞바람을 안고 걸어왔다. 언론 환경은, 제가 자초한 것이라고 하겠지만, 나름대로 역사에 대한 관점이 있어서 맞서 왔다. 그 환경에서 4년 동안 걸어왔는데 남은 1년 무슨 장애가 있으랴 하는 심정이다.

◆"수시로 점검해 나가겠다"(국무회의 발언)=올해는 선거가 있어서 좀 어수선할 것이다. 대개 선거 있는 해가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데 아무래도 국정이 좀 해이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옛날에 그랬다고 해서 꼭 그래야 한다는 법은 없다. 앞으로 국무회의에 매주 참석할 것이다. 이유는 국정 마무리와 평가 작업을 본격적으로 했으면 좋겠다. 참여정부 스스로 계획했던 일, 수행한 일, 앞으로 남은 일, 이런 것들을 정리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 마무리를 완벽하게 매듭짓기 위해 국무회의를 통해 수시 점검해 나가려고 한다. 이해찬 총리가 취임하고부터 일상적 국정 운영과 결정된 집행, 그리고 갈등 조정 등을 총리에게 위임해 운영해 왔다. 한명숙 총리가 오신 뒤도 마찬가지다. 대단히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직접 할 때보다 더 잘 돌아가는 것 같아 계속 맡길 것이다. 달라질 건 없다. 대통령과 총리의 역할 분담에는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이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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