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규정 약해 “솜방망이”/문제점 많은 「환경영향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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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겨도 사업중지 요청·이행촉구가 고작/그나마 요식행위로 인식 사후관리 허술
각종 건설·개발사업에 따른 환경파괴를 막는 제도적 장치인 환경영향평가가 유명무실하게 운용되고 있다.(중앙일보 16일자 1면보도)
환경처가 올들어 3월까지 6개 지방환경청을 통해 공사현장을 점검한 결과 조사대상 64개사업중 약 83%(53개 사업)가 환경영향 협의내용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평가제도 자체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별표에서 보듯 문제사업중 다수를 정부부처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만들어 놓고 정부기관부터 지키지 않는 모순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환경영향평가제도는 81년 환경보전법 시행령의 개정으로 도입돼 82년부터 공공사업에 대한 평가가 시작됐으며 민간사업에 대한 평가는 87년부터 시행해 왔다.
공공사업의 평가실시(82년)를 기준으로 할 때 환경영향평가는 올해로 10주년을 맞는다.
환경처는 평가협의가 연평균 30%이상 늘어난 점을 들어 제도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협의건수는 82년 4건이었던 것이 ▲83년 27건 ▲84년 48건 ▲85년 53건 ▲86년 53건 ▲87년 69건 ▲88년 73건 ▲89년 1백20건이었으며 지난해에는 특히 껑충뛰어 2백12건을 기록했다.
그러나 이같은 증가추세에도 불구,협의내용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것이 문제다.
특히 정부기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협의내용 미이행은 지난해 1백59개사업이 환경처의 현장점검에서 적발된데 이어,새로운 환경정책기본법이 마련된 금년들어서도 여전한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환경처는 평가협의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시행령의 개정안(제14조)에 당초 「협의내용 미이행사항에 대하여 이행을 촉구받은 사업자는 30일내에 이행확약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하려 했다.
그러나 확정돼 발효중인 시행령은 「환경처장관은…협의내용을 이행하지 아니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그 이행을 촉구하여야 한다」고만 돼 있어 사업자들에게 절박감을 주지 못하고 있다.
또 이행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협의내용을 이행하지 아니한 때에는 당해사업의 행정기관장에게 사업의 일시중지등 필요한 조치를 「요청」하게 돼 있으나 환경정책기본법 제14조2항에 「…관계행정기관의 장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한 이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특별한 사유」로 이행촉구에 응하지 않을 수도 있게 하고 있다. 「특별한 사유」에 대한 판단근거등도 없다.
끝내 이행을 하지 않았더라도 별다른 제재나 처벌을 할 방법이 없다.
사후관리제도의 대폭 강화가 있어야만 제도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처는 「행정지도적」인 협의내용이 실효성 확보에 다소 문제가 있다고 보고 행정기관간의 권한충돌이 발생치 않는 범위내에서 개선을 검토하고 있으나 부처간 협의가 순조로울지 의문이다.
환경처는 특히 환경영향평가의 대상범위가 협소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회적·행정적 여건의 확보를 전제로 점진적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핵폐기물처리장·대형빌딩·도심지상가·지하수개발·유해물질의 제조보관시설 등도 대상으로 포함될 전망이다.<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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