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환경영양 평가제(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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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환경영향평가제도를 도입한 정부가 스스로 이를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겉치레 또는 호도용이 아닌가 하는 불신과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
환경처가 이미 환경영향평가 결과 보완조처를 약속했던 개발사업들에 대한 이행여부를 조사했더니 이 가운데 83%가 협의사항을 이행치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중에는 16건의 정부개발사업도 포함돼 있어 정부부처 내에서 마저 정책을 위배하는 모순을 범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주관하는 개발공사가 환경보전 시책을 이행하지 않는 마당에 민간기업의 불이행을 누가 다스릴 수 있을 것인가.
공해나 자연의 훼손은 일단 발생하면 원상회복이 지극히 어렵기 때문에 이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환경영향평가란 이런 위험이 예상되는 사업에 대해 사전에 그것이 환경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 조사·예측·평가를 하고,그 결과를 공표해서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협조를 구하는 예방적 제도다.
이같은 제도가 이행되지 않고 있는 것은 자연훼손이 초래하는 파괴적 결과에 대한 인식의 부족과 개발지상주의 사고방식에서 비롯된다 하겠다. 이 잘못된 사상의 시정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우선 급한 것은 법규에 의해 환경영향평가제도를 철저히 이행하도록 정부가 강력한 행정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작년 9월 환경정책기본법의 공포와 함께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종래보다 보완된 건 사실이나 아직도 허술한 점이 많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컨대 영향평가 결과 결정된 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현재로서는 환경처가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을 뿐이지 시정하지 않았을 경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강제조항이 없다. 벌칙규정을 만들어 법을 위반한 개발사업 주체에 대해 책임을 묻도록 해야한다.
사업자가 영향평가자를 선정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객관적이고 엄정한 평가를 위해서는 사업자와 유착관계가 이뤄질 수 없는 공공기관이 평가작업을 맡도록 해야 할 것이다.
관계주민의 의사반영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 평가서를 공람시킨 다음 15일 이내에 주민들의 의견을 제출하도록 한 현행규정은 전문지식이 없는 서민들에게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설명회나 공청회 등을 열어 주민이 평가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갖도록 해야 한다.
환경시책이 제대로 수행되려면 정부관련 부처간의 협조자세가 절실하며,이를 위해 유명무실 상태에 있는 환경보전위원회(위원장 국무총리)의 활성화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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