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른 前 헝가리 총리 "北,헝가리 개방 교훈 배워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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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은 우리를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제 역사는 그 길이 옳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헝가리 사회주의 시절의 마지막 외무장관(1989~90)으로 동유럽 민주화에 물꼬를 텄던 줄러 호른(71) 전 헝가리 총리가 지난 5일 방한해 국내 정.재계 지도자들을 만나고 8일 귀국했다.

외무장관이던 89년 그는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 9월 11일을 기해 동독 난민들이 비자 없이 서구로 갈 수 있도록 오스트리아 국경을 개방했다. 이날 헝가리로 들어온 수만명의 난민들은 '관광객' 으로 서독으로 빠져나갔고, 두달 후 베를린 장벽은 붕괴됐다. 이는 이후 독일 통일뿐 아니라 동유럽의 민주화 물결로 이어져 '철의 장막'을 거둔 첫 단추로 기록됐다.

그는 94~98년 사회주의에서 갓 벗어난 헝가리의 총리를 역임했다. 그는 "북한은 공산주의 국가에서 개혁과 개방에 성공한 헝가리로부터 배울 점은 많겠지만, 아직 아무런 변화나 배울 용의를 보이지 않는다"며 "북한이 개방하는 편이 주민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89년 한국이 동구권 국가 중 처음으로 헝가리와 수교를 맺을 당시 외무장관이었다. 그는 "88년 북한 측이 방해놓을 것을 우려해 비밀리에 수교회담을 진행했다"며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최호중 외무장관은 서로의 이견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는 파트너였다"고 회상했다. 호른 전 총리는 "젊은이들이 TV 앞에 앉아 있기보다는 운동과 사색에 몰두해야 하고, 과거로부터 배우면서 새 세대의 문제는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낼 지혜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글=윤혜신, 사진=김성룡 기자hyaes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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