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동·서 지역 모두 "불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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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29일 본사 이전 부지를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건립되는 경북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로 결정하고, 직원 사택은 도심권에 짓겠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장항리 인근에 원자력 시설이 밀집해 있고, 도심 접근성도 좋아 부지로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날 이중재 한수원 사장은 본사를 경주 도심으로 이전할 것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원들과 대치하다 탈진해 병원으로 실려갔다.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하면서 이런 사태가 빚어진 것은 처음이다. 정부는 2012년까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전국에 혁신도시 10개를 만들어 한국전력(광주.전남)과 토지공사(전북) 등 175개 공공기관을 이전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서울 삼성동 본사 21층 회의실에서 노조원 50여 명의 반발을 무마하려던 오전 10시40분쯤 탈진해 구급차에 실려 강남병원으로 후송됐다. 한수원의 최교서 언론홍보팀장은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며 이 사장이 노조 측과 대화를 나눈 뒤 회의실을 나오다 현기증을 느끼고 쓰러졌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이날 새벽 3시까지 일한 뒤 출근했으며, 오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본사 이전부지를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로 최종 결정했다고 발표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조태만 노조위원장을 포함한 노조원들은 회의실로 몰려가 "노조와 별다른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지를 결정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한수원 전체 직원은 7500여 명이며 서울 본사에선 850여 명이 일한다. 노조의 반발로 이날 기자회견은 취소됐다.

◆ 현지 반응은=한수원은 19년간 표류하던 방폐장 부지로 경주가 확정되자 2010년까지 본사를 경주로 이전키로 했다. 그러나 경주의 동서 지역이 경쟁적으로 유치에 나서면서 시위가 잇따르는 등 진통을 겪었다. 결국 방폐장 인근인 경주 동쪽 장항리에 사옥을 짓고, 서쪽 도심권에 사택을 짓기로 했다.

이에 대해 동서 지역 주민들 모두 불만이다. 동경주 지역대책위의 배칠용(53) 집행위원장은 "한수원이 반쪽만 이전해 불만이 크지만 집회.시위를 일단 보류하고 사택까지 이전할 수 있도록 한수원과 대화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본사의 도심권 유치를 희망해 온 경주도심 위기대책 범시민연대의 정현준 사무국장은 "고용창출.인구유입 효과가 있는 협력업체와 본사 사옥이 시내권으로 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시민들이 허탈감에 빠져 있다"고 밝혔다.

경주=황선윤 기자, 서울=김준술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한국전력이 100% 출자한 자회사로 원자력.수력으로 전력을 생산.공급한다. 고리.영광.월성.울진 등 네 곳에 총 20기의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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