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만 협조하면 환율충격 극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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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화합만 이루면 환율 900원 시대도 거뜬히 넘길 수 있다. 뼈를 깍는 비용절감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환율충격을 이기기 위해서는 노사화합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동진 현대자동차(67,400원 100 +0.2%) 총괄 부회장은 29일 기자 오찬간담회를 갖고 "노조가 협조만 한다면 현대차의 '불패 신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쏟아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진두 지휘 아래 전사적으로 원가절감 및 생산성 향상 운동을 진행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노조 협조일 수밖에 없다는 것.

김 부회장은 예를 들어 "인기모델인 '신형 아반떼'를 생산하는 3공장의 경우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다"며 "단종된 테라칸을 생산하던 5공장의 유휴인력을 활용하자고 제안했지만 노조측은 '인력을 더 뽑으면 되지 않냐'며 일언지하에 거절했다"고 말했다.

실제 정몽구 회장은 환율 충격 등에 맞서 원가절감 활동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원가절감 목표와 실천과정, 그리고 결과를 일일이 챙기고 있으며 한달에 한번씩 중요 부품들을 돌려가며 비용절감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는 이에 따라 부품의 소재는 물론 제조공법까지 처음부터 다시 뜯어보고 있다"며 "이를 통해 원가를 줄여 가격구조에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밤을 새며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율하락 속에서 내수판매 증대는 매출 및 수익 증대에 보탬이 될 것"이라며 "업계는 특별소비세 감면 폭 확대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내수진작책을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연관산업이 광범위해 파급효과가 큰 만큼 특소세 인하 등을 취하더라도 부가효과를 통한 세금 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함께 "올해 내수 58만2000대, 수출 192만대 등 총 250만대의 생산·판매를 예상한다"며 "연초 269만대를 잡았으나 19만대 가량이 차질을 빚었고 이는 대부분 노조파업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또 "이제 노조 문제에서도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생산목표를 낮춰 잡았음에도 노조에서 열번에 걸친 정치파업을 단행하며 결국 목표에 미달했고 따라서 연말 성과급을 150%가 아닌 100% 지급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원/달러 환율 급락보다 오히려 엔저 현상이 해외시장에서 더 큰 위협요소"라며 "일본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시장 전략과 관련해 "기아차의 조지아주 공장에서 픽업 트럭을 생산·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국 브랜드에 높은 충성심을 보이던 미국 소비자들이 연비 등을 고려해 일본 트럭 쪽으로 선호도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1월초 디트로이트에서 기업설명회(IR)을 개최하는 등 해외 브랜드 인지도 향상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연되던 현대차의 체코공장 건설과 관련해 "현지 환경 관련 비정부기구(NGO)들의 반대에 부딪혀 늦어졌지만 모든 갈등이 해소됐다"며 "내년 3월말 또는 4월초 기공식을 갖고 본격 건설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차별화 전략에 대해 "그동안 중간 해결책으로 현대차가 기아차를 지원하는 방식을 사용했으나 이제 기아차는 디자인 등 상품성을 완전 달리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며 "특히 해외에서 현대차와 기아차는 완전히 다른 상품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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