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아버지 따라 姓 바꾼 자녀 어른된 후 원래 姓 복귀 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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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희(池銀姬) 여성부 장관은 10일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은 예외적으로 자녀가 어머니의 성(姓)을 따를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원칙적으로는 아버지의 성을 따르도록 했다"고 말했다.

池장관은 또 "새아버지를 따라 성을 바꾼 자녀가 나중에 성년이 된 뒤 본인이 원하면 법원의 결정에 의해 다시 원래의 성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池장관은 이날 인터넷 중앙일보(www.joongang.co.kr)가 최근 신설한 '나는 디지털 국회의원'코너의 '정책 당국자와의 온라인 토론' 프로그램에 첫 참석자로 나와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1시간30분 동안 광화문의 장관 집무실에서 노트북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며 네티즌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다. 새 정부 들어 현직 장관이 민감한 현안을 놓고 네티즌들과 토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네티즌들은 대표적 가부장제도로 손꼽혀 온 호주제에 대해 정책의 최고 책임자로부터 평소 궁금한 내용을 생생히 듣고 싶어 했다.

인천시의 박상규씨 등은 "부모의 이혼.재혼으로 남매가 성을 달리할 경우 어떤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池장관은 "개정안은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성을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남매의 성.본이 달라지는 것이나 성을 수차례 바꾸는 것도 자녀의 복리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판단하면 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yorerai라는 ID의 한 경기도민은 "호주제를 폐지하면 가족제도가 없어진다"고 우려했고, 池장관은 "그 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당초 삭제키로 했던 가족 개념을 다시 정해 넣었다"고 설명했다.

굳이 호주제를 폐지하지 말고 수정하는 방안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에 대해 池장관은 "호주제는 남녀를 차별하는 위헌적 제도일 뿐 아니라 남아선호 등의 병폐를 낳고 있으며 많은 이혼.재혼 가정에 고통을 주고 있기 때문에 부분 수정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이날 오전부터 사이트에 올라온 질문은 1백70여개에 달했다.

池장관은 "호주제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이 이렇게 뜨거운 줄 몰랐으며 이날 토론으로 보다 생생한 여론을 들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 중앙일보에는 池장관의 토론과 관련해 네티즌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lukest라는 ID의 네티즌은 "동물도 혈통을 중시하는 판에 성을 아무나 바꾸는 게 아니다"고 비난했으며, 김성진씨는 "호주제를 없애려면 아예 성을 없애라"고 주장했다. 반면 fallskyer라는 ID의 한 네티즌은 "개정안도 부계혈통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호주제 폐지를 옹호했다.

문경란 여성전문기자.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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