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이라크전은 큰 실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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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타계한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을 기리기 위해 27일 워싱턴 의회의사당에 조기가 내걸렸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26일 타계한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이 생전에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공격에 반대했다고 워싱턴 포스트(WP)가 28일 보도했다.

포드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후 보도를 전제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고 1년4개월이 지난 2004년 7월 밥 우드워드 워싱턴 포스트 편집부국장과 네 시간에 걸쳐 인터뷰를 했다. 이어 지난해에도 WP의 취재진과 장시간 얘기를 나눴다.

WP에 따르면 포드 전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이 정당하다는 부시 대통령의 주장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지금까지의 언론보도 등 공개적으로 주어진 정보를 기초로 판단했을 때 내가 그 당시 대통령이었다면 전쟁 대신 이라크에 대한 강력한 경제제재를 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 그리고 도널드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이 이라크 전쟁이라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그들은 대량살상무기(WMD)에 너무 집착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민주주의 확산론'과 관련, "나는 인류를 자유롭게 만들자는 주장은 이해하지만 미국의 안보와 직접 관련 없는 문제에까지 나서며 그렇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포드 전 대통령은 체니 부통령, 럼즈펠드 전 국방장관 등과 남다른 인연이 있다.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75년 34세였던 체니를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발탁했으며, 럼즈펠드도 같은 해 43세의 나이에 최연소 국방장관으로 임명했다.

그는 체니 부통령에 대해 "그는 훌륭한 비서실장이었고 1등급이었다"며 "하지만 부통령이 된 뒤 훨씬 더 싸움닭으로 변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체니 부통령이 테러 위협과 이라크 위협을 너무 과장했다"는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파월 전 장관의 말이 전적으로 맞다"고 말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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