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씨 작 미인도 가짜공방 휘말려|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복제품까지 팔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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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국립현대미술관(관장 이경성)이 소장하고 있는 중진 한국화가 천경자씨(67)의 『미인도』가 최근 작가 자신에 의해 가짜인 것으로 주장돼 파문을 던지고 있다.
더구나 국립현대미술관은 이 「가짜그림」을 전국을 돌며 순회 전시하는 「움직이는 미술관」에 전시하면서 복제품까지 만들어 팔아왔다.
이 같은 사실은 천씨가 자신의 「가짜 그림」 복제품이 나도는 것을 보고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문제의 그림을 확인, 주장함으로써 드러났다.
문제의 그림은 4호 정도 크기로 머리에 횐 꽃 장식을 한 여인의 상반신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으며 어깨에는 나비 한 마리가 앉아있다. 또 아랫부분에는 「경자 1977」이란 사인이 들어있다.
천씨는 『원작은 81년에 그린 것으로 가짜 그림처럼 지저분하거나 선에 힘이 없지 않고 어깨 위에 나비도 그린 적이 없다』고 가짜임을 주장했다.
문제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지난 80년4월 문공부로부터 다른 작품들과 함께 넘겨받아 소장해왔다.
이에 대해 이경성 관장은 『천씨의 경력과 작품세계를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진짜 작품이라고 확신하지만 작가 자신이 가짜라고 주장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라고 말하고 『앞으로 전문가들의 감정과 X레이 촬영 등 기술적 검증을 거쳐 진위여부를 밝혀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천씨는 최근 J화랑이 연 소장품 전에 출품됐던 자신의 작품 『인도의 무희』가 가짜라고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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