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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바로잡습니다] 정치 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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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북 핵무기 5 ~ 6개 보유" 확인 않고 보도

2006년 한 해 동안 중앙일보 정치부문 기자들은 정치권의 움직임과 통일.외교안보의 현장을 쫓아 열심히 뛰었습니다. 하지만 확인 과정을 소홀히 해 오보(誤報)를 한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원천적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상황도 있었고 정치 환경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결과적으로 오보가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유세 현장에 나갈 가능성이 낮다'는 5월 29일자 기사가 대표적입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5월 20일 선거 유세 중 테러를 당해 입원했던 박 전 대표의 퇴원 후 행보는 당장 지방선거 판도와 직결되는 문제로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였습니다. 중앙일보는 박 전 대표의 측근과 주변 취재를 토대로 '정신적 충격이 큰 상황에서 당분간 대중 앞에 서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병원문을 나서자마자 곧바로 승용차를 타고 대전시장 선거 유세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박 전 대표에 대한 접근이 원천 봉쇄된 상태에서 측근들의 말과 의료진 판단 등을 근거로 기사를 작성했으나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던 것입니다.

기사의 제목이 문제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2월 17일자에서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이 공개한 KTF 내부 문서를 보도하면서입니다. '공정위 출장 시 동행 및 지원 등으로 유대관계' 등 문서의 내용을 인용 보도하는 과정에서 '정통부.공정위 직원 등에 선물'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공정위는 내부 문서에 '선물'이란 표현이 없었다는 점을 문제 삼아 정정보도를 요청했고 다음날 정정기사를 내보냈습니다.

북한 핵실험 등 메가톤급 이슈가 넘쳐난 외교안보 현장에서도 몇 차례 사실과 거리가 있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9월 25일자 4면에 실린 '강석주, 북 핵무기 5~6개 보유 발언'이란 기사가 그런 사례입니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 로버트 칼린이 한 세미나에 참석해 "체코 프라하에서 입수한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발언 내용"이라며 소개한 발언을 정리한 박스기사였습니다. 중앙일보뿐 아니라 거의 모든 신문.방송, 통신사인 연합뉴스가 이를 대서특필했습니다. 하지만 보도가 나간 후 문제의 글은 칼린이 쓴 허구의 에세이였음이 드러났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시차 때문에 칼린에게 직접 확인 취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터진 기사였습니다. 중앙일보는 직접 확인 취재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 작은 박스기사로 처리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오보의 정도를 낮췄습니다.

중앙일보는 26일자 2면에 전날 썼던 기사보다 큰 정정 박스기사로 오보의 경위를 설명했습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매제(여동생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 노동당 제1부부장이 교통상고로 중상을 입었다는 10월 9일자 기사는 사실무근으로 드러났습니다. 얼마 뒤 그가 공개 석상에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사건사회
반론.해명권 보장 넓혔어야

올해도 인신구속 관련 기사가 이어졌습니다. 검찰.경찰의 적법 절차에 따른 것이더라도 수사를 받는 당사자로서는 명예나 사회적 위상이 크게 실추되는 피해를 보게 됩니다. 따라서 언론이 해당 인사의 실명을 보도할 경우 작은 부분이더라도 사실관계를 철저히 따져야 합니다. 당사자의 반론이나 해명의 기회도 충분히 보장해야 합니다.

그런데 실수가 있었습니다. 10월 26일자 10면 '민노당 전 중앙위원 영장' 기사에서 "이정훈씨는 통발어선 선원으로…월북을 시도한 혐의로 구속돼 2000년 3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으나 이 부분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일심회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이씨의 과거 신상에 대한 '연합통신'의 기사를 인용하면서 틀린 부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오보였습니다. 12월 13일자 2면 '바로잡습니다'코너에서 잘못을 정정했으나 이미 당사자와 그 가족에게 불편을 끼쳐 드렸습니다. 9월 6일자 10면 '금융브로커 박금성씨 구속' 기사에서는 "나는 금융브로커가 아니며 이용호게이트와 굿모닝시티 분양 사기사건의 배후 역할을 한 적이 없다"는 박씨의 반론을 제대로 싣지 못했습니다.

수사방향을 예단함으로써 생긴 오보도 있었습니다. 4월 11일자 1면에 '현대차, 현대캐피탈 통해서도 비자금"이라는 기사를 실었습니다. 당시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이던 대검 중수부가 현대캐피탈 관련 자료를 현대차로부터 확보한 사실과 수사 관계자의 발언을 종합해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에서 현대캐피탈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회사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 드립니다.

실수나 착오로 기사를 정확히 쓰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11월 3일자 '내 휴대전화번호 도둑맞았네…' 기사는 휴대전화 복제.인터넷사이트 해킹으로 인한 부당요금 청구의 위험성을 지적한 기사로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러나 기사 중 일부 틀린 내용이 나가 독자들을 헷갈리게 했습니다. 기사에선 '휴대전화를 잃어버려 새 단말기로 바꾸더라도 그 사이에 복제됐다면 사용요금을 내게 된다'고 보도했지만 사실과 달랐습니다. 실제론 단말기를 새것으로 바꿨을 경우 단말기에 내장된 고유번호도 달라져 불법 복제로 인한 피해는 생기지 않습니다.

사소한 실수로 독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 일도 있었습니다. 4월 3일자 1면 '단일민족 통념 깨진다'라는 기사와 함께 실린 '국제결혼율 전국 현황' 지도에서 경기도 '양주시'가 '양주군'으로 잘못 나갔습니다. 양주군이 2003년 10월 19일 시로 승격된 것을 챙기지 못한 탓입니다. 2월 6일자 14면 '몽타주 얼굴 10%는 잡힌다' 기사 중 몽타주 작성 시스템을 개발한 명지대 정보공학과 '최창석' 교수가 '최창섭' 교수로 나간 적이 있습니다.

수해 당시 피해주민의 처참한 상황과 안타까운 사연, 자원봉사 활동을 집중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들이 어떻게 지내는지, 어려움은 없는지 관심을 갖지 못했습니다. 이재민의 아픔을 끝까지 돌보지 않은 것은 그릇된 보도에 못지않습니다. 새해에는 어려운 이웃에 더 많이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합니다.

정책사회
논술 문제만 부각, 대안은 미흡

올해는 유난히 '교육' 이슈가 많았습니다. 서울 학군 조정, 외국어고 입학 제한, 2008학년도 대입 등 새 정책이 발표될 때마다 학부모와 학생들은 불안해하고 예민해졌습니다. 교육 관련 보도를 신중히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본지는 이런 점을 최대한 반영하려 노력했으나 미흡한 점도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논술 관련 보도입니다. 본지는 논술의 허실을 짚어 보기 위해 11월 8일부터 '대입 논술, 신화 그리고 진실은' 시리즈를 보도했습니다. 판박이 사교육 답안과 문제 출제.채점, 공교육 문제점을 지적해 보자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잘못된 점을 부각시키다 보니 학부모와 학생, 교사들의 불안감을 키운 측면도 있습니다. 대학 측의 출제.채점과정의 잘못을 지적해 입학시험 자체에 대한 불신만 키웠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문제점만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겸허히 수용합니다.

성급한 보도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한 적도 있습니다. 6월 9일자 10면에 프랑스가 약탈해 간 외규장각 문서가 9월 한국에 전시된다는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한명숙 총리의 프랑스 방문에 맞춰 프랑스 측이 제안한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1회성 행사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이고 정기적'으로 이런 행사를 개최하기로 양국이 합의했다는 내용도 포함돼 영구임대방식의 반환이 아니냐는 추측도 낳게 했습니다.

하지만 양국은 이후 전시 형식과 내용에 대해 아무런 논의의 진전을 보지 못했습니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에 대한 보도에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정부는 올해 입원 환자 식대를 건강보험적용 항목에 포함하는 등 보장성을 확대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그러나 재정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은 채 시행되면서 올해 건강보험 재정은 3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설 전망입니다. 연초부터 이런 문제가 내재돼 있었으나 이를 제때 지적하지 못하고, 적자가 가시화된 9월에야 문제점을 보도했습니다.

경제.산업
부동산 흐림 … 집값 하락 … 결과는 정반대

"올해만큼 부동산 기사가 홍수를 이룬 적도 없었습니다."

지난해 12월 30일자 본지 4면에 게재된 '2005년 바로잡습니다'의 첫 문장입니다. 유감스럽게 올해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올해 부동산 시장 전망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1월 2일자 E1면은 '2006 펀드 맑음, 부동산 흐림'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은행.증권.부동산 분야의 재테크 전문가 5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집값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전문가가 48%로 상승 예측(28%)보다 많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집값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면 좋겠다는 희망도 섞인 기사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영 딴판이었습니다. 올해 전국 아파트값은 21.6%, 서울은 28.6% 올라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지금 집을 사면 낭패"라는 정부 당국자의 주장과 올 초 본지 보도가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습니다. 가격 전망이라는 게 원래 그런 것 아니냐고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아예 부동산 시장 전망을 하지 않을 수는 없는 만큼 앞으론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겠습니다.

둘째, 집값이 오를 조짐을 미리 낚아채 경고하고 정부 대책을 촉구하는 기능에 소홀했던 점을 반성합니다. 특히 10월 이후 집값이 급등할 때 뒤늦은 보도를 했습니다. 정부가 뒷북 대책이 아닌, 선제적 대책을 내놓도록 적시에 보도하는 데 미흡했습니다.

셋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 대해 문제점과 부작용을 앞세워 보도한 측면이 있지 않나 되새겨 봅니다. 세금 폭탄, 대출 규제 등 수요를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정부 대책에 대해 공급 대책이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하다 보니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빚지 않았나 하는 반성입니다.

의도와 달리 오해를 빚은 기사도 있었습니다.

11월 18일자 '내달 종부세 폭탄 터진다'는 기사에 대해 많은 독자가 "중앙일보는 강남 집부자의 대변인이냐"고 지적했습니다. 이 기사는 종합부동산세의 취지가 소득 수준에 걸맞지 않은 부동산 보유를 억제하려는 것인데 양도세 부담, 교육 환경 등 때문에 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보완책을 촉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독자에게 취지와 달리 받아들여진 것은 내용이 정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반성합니다.

사실 확인에 소홀했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9월 26일자 E4면에 컴퓨터업체 주연테크를 소개하는 기사에서 이 회사가 '365일, 24시간 고객 상담 전화를 받는다'고 보도했는데 사실은 오후 6까지만 전화를 받았습니다. 본지 기사 때문에 여러 독자와 주연테크가 불편을 겪은 점 사과합니다.

국제
"간호사 1만 명 미국 취업" 제자리

올해 본지는 지구촌 뉴스를 전진 배치하며 독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실수도 있었습니다. 4월 14일자 1면에 "한국 간호사 1만 명 미국에 취업한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과 뉴욕 병원 등이 제휴해 5년간 미국에 간호사 1만 명을 보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보도 내용과는 달리 미국 정부로부터 '비자 예외(waiver) 조치'를 인정받지 못해 이 일은 진척이 잘 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행히 최근 산업인력공단이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키로 함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는 찾았습니다. 내년부터 국내 간호대학을 졸업한 미취업 간호사를 미국의 4년제 간호대학에 1년간 취업연수를 보내기로 한 것입니다. 그러나 내년의 경우 연수 선발 인원이 100~200명에 불과해 미국 진출을 기다리는 많은 분에겐 너무 감질나는 수준이 아닌가 합니다.

또 올해 이어진 중남미 대선에서 좌파 후보들이 잇따라 승리, 좌파 바람이 불고 있다는 보도를 몇 번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마다 정권의 성격이 많이 다른데 '좌파'라는 하나의 용어로 일반화시키는 오류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좌파 정부라고 지칭할 수 있으나 칠레의 미첼 바첼레트 정권은 실용주의 색채가 강한데도 그냥 좌파 정권에 포함했던 것입니다.

스포츠
독 월드컵 경기 '서머타임' 깜빡

2006년 한 해 동안 스포츠 부문에서 2면에 낸 '바로잡습니다'는 모두 58건이나 됐습니다. 다행히 '대형사고'는 없었지만 일주일에 1~2건은 빠짐없이 '바로잡은' 셈입니다.

주로 틀린 것은 숫자와 이름입니다.

1월 1일자부터 틀렸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예고 표에서 경기시간을 잘못 계산했습니다. 독일과 한국의 시차가 여덟 시간인데 월드컵이 열리는 6월에는 독일이 서머타임을 적용, 일곱 시간 차가 되는 것을 미처 계산하지 않았습니다.

1월 27일자 Week& 10면에 나간 설날 특집 기사 중 호주오픈 테니스 예고기사에서는 엉뚱한 선수의 이름이 제목으로 뽑혔습니다. 제목은 '샤라포바.세레나 호주오픈 우승 다툼'이었는데 정작 이 두 선수는 탈락했고, 결승전에는 쥐스틴 에넹(벨기에)과 아밀리 모레스모(프랑스)가 진출했습니다. 기사를 마감할 당시 여자단식 8강전이 벌어지고 있었고, 이변이 없는 한 이들이 결승에 오를 거라는 짧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신문이 배달됐을 때는 완전한 오보가 되고 말았습니다.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고, 언제나 이변이 일어날 수 있는데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예고기사를 쓴 결과였습니다.

문화
인용 잘못한 '코리안 타임' 사과

바다 이야기로 앓았던 한 해였습니다. 게임산업을 총괄하는 문화관광부의 정책 실패로 많은 국민이 사행성 게임의 피해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문화부 기자들은 도박성 게임의 심각한 부작용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사회 여기저기서 사행성 게임의 폐해가 노출되고, 관련 보도도 잇따랐지만 정작 게임 정책을 주관해온 문화관광부에 대한 사전 진단을 하지 못했습니다. 언론의 기본인 정부 기관에 대한 감시.비판에 소홀했던 것입니다. 문학.음악.영화 등 예술 현장을 지키느라 바다 이야기를 놓쳤다는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문화부 기자들도 앞으로 민생 관련 정책을 꼼꼼하게 챙기겠습니다.

인터뷰 당사자가 하지 않은 말을 인용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9월 9일 충주호에서 열린 외국인을 위한 국악공연을 보고 11일자에 쓴 '외국인 손님 코리안 타임 체험 분통' 기사입니다. "버스 안에서 한 시간 가까이 출발을 기다리며 '코리안 타임'을 체험했다"는 외국인의 말을 보도했지만 '코리안 타임'은 인터뷰에 응해준 사람이 직접 한 말이 아니라 다른 참가자들이 하는 말을 옆에서 들은 것이었습니다. 인터뷰에서 "버스 안에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린 셈이네요"라고 묻자 그 외국인은 "그렇다"고 답했고 "이게 코리안 타임 아닙니까"라고 기자가 되묻자 그는 멋쩍게 웃기만 했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다시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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