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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열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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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이제 동장군의 위세도 가시고 완연히 봄기운이 감도는 것 같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고 신록이 우거지면 모두가 자연을 만끽하고 겨우내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기 위해 가족과 함께 들이나 산을 많이 찾는다.
그러나 모처럼 산이나 들에서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 뜻하지 않은 열병에 걸려 고생한다면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작년 6월 34세 된 회사원이 온몸이 불덩이처럼 뜨겁고 으실으실 추우며 겨드랑이와 앞가슴에 출혈 반이 생겼다고 진찰실을 방문했다. 환자는 2주전 아내와 7세 된 아들을 데리고 한강 유역에 놀러가 계곡에서 발을 담그기도 하고 풀밭에 누워 오순도순 이야기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입원시켜 검사해 본 결과 유행성 출혈열로 진단됐다. 산이나 들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왜 이런 병에 걸리는 것일까. 풀밭이나 계곡, 밭이나 논에서 일하는 농부·들놀이객 중에 흔히 생길 수 있는 열병으로 세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는 이 환자의 경우처럼 유행성 출혈열이다. 이 병은 한탄 바이러스, 또는 이와 항원적으로 유사한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한 것으로 주로 10∼12월에 발생하나 5∼7월에도 잘 발생한다.
전파 경로는 감염된 등줄 쥐의 배설물 (소변·대변·타액)이 건조돼 공기를 통해 사람에게 감염되는 것. 지역적으로는 파주·연천·포천·강릉·진천·청주 등지에서 주로 많이 발생하는데 강기슭을 따라 잡초들이 무성한 늪지대·연못가·계곡, 또는 습지 계류를 따라 잡초가 무성한 산악 지대를 조심해야 한다.
잠복기는 2∼3주며 이 병의 특징적인 것은 다음의 다섯가지 단계를 밟는다는 것이다.
즉 ▲열이 나고 ▲혈압이 떨어지며 ▲소변이 안나오는 시기 ▲소변이 많이 나오는 시기 ▲회복기의 다섯 단계다. 이 법의 가장 중요한 점은 혈압이 떨어지는 시기와 소변이 안나오는 시기에 사망률이 높으므로 열이 나는 시기에 빨리 발견해 치료 가능한 법원에서 치료받는 것이다.
이 병의 발열기 때의 특징은 섭씨 39도 이상의 고열이 나며 출혈 반이 겨드랑이·가슴·안면 등에 나타난다는 것이다. 둘째는 렙토스피라증이라는 병이 있는데 주로 9∼10월에 발생하며 렙토스피라라는 균을 가진 등줄 쥐가 감염원이고 점막이나 피부 상처를 통해 감염된다. 잠복기는 평균 10일 정도며 고열과 오한·근육통·객혈이 특징이다. 셋째는 쓰쓰가무시병으로 주로 l0∼l1월에 발생하며 진드기에 물린 후 10∼12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고열과 오한이 나며 물린 자리가 돋아 오르면서 궤양이 생기고 가피 (까만 딱지)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들이나 산에서 자연을 즐기는 것은 좋으나 되도록 풀밭에 눕지 말고 피부 상처가 있으면 특히 풀과 접촉되지 않도록 하며 만약 갔다온 후 2주쯤 지나서 갑자기 고열과 오한이 있으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 말고 즉시 병원에서 진찰 받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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