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 통합-내수 시장 창출 "큰 효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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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의 연구자들이 공동으로 남북 통일 문제를 다루는 한우리 연구회 (회장 신창민·중앙대 교수)와 한우리 경제연구원이 지난달 30일 「통일과 우리 민족의 진로」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번 심포지엄은 이 연구 단체가 같은 주제를 내걸고 작년 6월 학술 활동을 시작한 후 세번째 행사다. 심포지엄에서 주목을 끌었던 논문 2편의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통합 추진 방향과 통일 비용…이상만 (중앙대 교수)>상호 보완·점진적 추진 바람직
북한의 경제 개발 필요성이 점점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이는 대내외적 환경 변화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단기 경제 교류 협력 및 남북간 경제공 동체 정립을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할 것이다.
향후 남북간 경제 교류는 간접교역-직접교역-경제협력-경제통합의 순서로 추진될 것으로 보이며 상호 신뢰 회복도 이와 병행될 것이다.
간접교역은 제3국을 통한 상품의 중계 무역을 의미하며 직접교역은 인적·물적 자원의 직접 교류를 통해 상호 신뢰를 증진시킴으로써 경제 협력을 위한 기반을 조성하는 단계다.
경제 협력 단계에서는 산업 부문간 협력 및 기술 협력이 이루어지며, 특히 자본·기술 협력도 경제 협력의 후기 단계에서는 가능할 것이다. 경제 통합은 최종 단계다.
남북 경제 통합 추진 방향은 조정 가능한 부문을 선정, 부문별 경제 통합을 하는 단계에서 관세 동맹을 거쳐 남북한 공동 시장을 만드는 단계로 점진적으로 추진돼야한다.
공동 시장 형성 단계는 남북이 독립성을 가지고 대외 경제 활동을 수행하지만 지역적으로는 상호 보완적으로 협력이 이루어지는 상태로 경제 공동체 형성의 초기 단계에 해당된다.
완전한 경제 통합은 재화·서비스·인력 자본의 자유 이동이 보강되는 경제 동맹의 단계를 거쳐 단일 통화가 제정되고 공동체 중앙은행이 설립되며 남북간의 경제 정책 통일이 이루어지는 통화 통합의 단계를 거침으로써 완성된다.
이러한 단계를 거치는 과정에서 이질 체제 통합에 따른 통합 비용이 크게 발생하게될 것이다.
그러나 상호보완적인 남북의 경제 구조를 고려할 때 중장기 측면에서는 남북 경제 통합이 우리 경제에 활력을 줄 것이며 막대한 내수 시장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 경제에 대한 통합의 긍정적 효과로는 ▲지역적 분업화와 전문화를 통한 가원의 효율적 활용과 막대한 내수 시장 창출 ▲분단 대립의 완화에 따른 비경제적 소모의 절약을 들 수 있다.
이같은 효과에도 불구하고 과도기에는 막대한 통합 비용이 발생될 것이며 이는 남북 경제 공동체 형성에 있어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통합 비용은 통일 여건 조성 비용과 체제 조정 비용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통일 여건 조성 비용이란 통합 전 경제 교류 협력의 단계에서 여건 조성을 위해 정부가 지불해야할 지원 비용이다.
인적 교류 확대를 위해서는 서독이 동독에 지불한 비자료와 강제 교환 자금 등과 유사한 「활성화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이며 물적 교류 확대를 위해서도 남북 교류 기금 조성 등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경제 협력을 위해서도 저금리 정책 실시, 상업 차관·기술 제공을 위한 경제 협력 기금 조성 등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양 체제의 동질화 과정에 투입되는 체제 조정 비용으로는 제도 변화에 대응하여 정부가 지불해야하는 직접 지원 비용과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통합의 과도기적 비용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동서독의 예를 볼 때 직접 비용으로는 화폐의 1대1 교환에 따른 정부의 부담을 들 수 있고 기타 경제적 비용으로는 통화 통합에 따르는 인플레이션, 경제 통합 이후 발생하는 저 경쟁력 기업의 도산과 이로 인한 대규모 실업, 통합 후 지역 차이 해소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사회 간접 시설의 확충에 필요한 비용 등을 꼽을 수 있다.
일방적 흡수 통합이나 급진적 통합보다는 점진적 방법에 의한 통합이 비용 부담을 작게 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통합 비용의 조달이 일방이 아닌, 쌍방 부담의 형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비용 조달의 방법으로는 ▲경제 통합 후 발생하는 내수 확대 효과와 경제 효율 증대를 통한 민족 경제의 성장에 따른 재정 수입 증대 ▲국방비 등 분단 비용의 감축을 통한 조달 ▲경제 교류 협력의 확대 과정에서 조성된 통일 기금의 활용을 들 수 있다.

<북한의 무역 및 경제 협력 현황…강정모 (경희대 교수)>무역 의존 22%, 지역 편중 심해
북한은 대외 무역을 자급자족 경제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간주한다. 따라서 무역에서 효율이나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경시돼왔다.
북한의 89년 무역 의존도는 22·7%로 남한의 56·3%보다 훨씬 낮았다.
북한의 총 무역액은 70년대에 서방 선진국과의 교역 확대로 급격히 늘어났다가 80년대 들어 서방 국가에 대한 외채 상환 문제와 주 수출품인 광산물 가격 하락으로 전반적으로 감소했다. 80년대 후반기에 대소 무역 증대와 아시아 국가들 (일본·싱가포르·태국)에 대한 수출 증대로 다시 무역 증가세가 회복됐다.
89년과 90년의 무역액은 각각 48억 달러, 45억 달러였다.
북한의 수출은 70년 3억7천만 달러에서 89년 19억5천만 달러로 연평균 9·1%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에 수입은 4억4천만 달러에서 28억5천만 달러로 10·3% 증가했다.
그러나 89년 수출 실적이 88년에 비해 4·3% 감소했는가하면 수입도 11·4%감소, 지속적인 무역 적자로 대외 지불 능력을 상실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무역 적자폭이 80년대 후반에 총 교역량의 20% 정도에 육박했으며 89년 말의 외채 총액은 약 68억 달러로 추산된다.
서방 국가와의 무역은 70년대 초에 급격히 늘어나 74년에는 총 교역량의 42%에 달했으나 그 뒤 계속 감소, 80년 28·3%, 89년 15%를 각각 기록했다.
개발도상국과의 무역 비중은 초년 2·4%에서 70년대 후반에 급증, 78년에 22%까지 됐으나 그뒤 80년 16·9%, 89년 15·6%를 나타냈다.
사회주의 국가와의 무역 비중은 70년 79%에서 80년 54·8%로 급격히 감소했다가 85년 이후 소련과의 교역 증대에 힘입어 70%내외를 기록했다.89년의 비중은 69·3%이었다.
북한의 주요 교역 대상 국가는 소련·중국·일본이며 이들 국가들이 86∼%년간 총 교역금액의 80%이상을 차지했다. 89년에는 약 84%로까지 높아졌다.
소련이 58·4%, 중국이 13·8%, 그리고 일본이 12%를 차지했다. 그 뒤를 잇는 것이 홍콩(4·4%), 독일과 싱가포르 (2·5%수준)이다. 이것으로 보아 북한의 무역은 지역적으로 크게 편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수출에서 비금속광물 (무연탄), 비철금속 (납·아연·금·마그네사이트분말 등), 철강 등이 34·4%를 차지하는 한편 비식용 원재료·신제품·기계 및 수송 설비가 각각 17·5%, 15·3%, 10·4%를 차지했다.
또 북한은 석유 및 석유 제품 코크스·역청탄 등 광물성 원료나 제품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므로 전체 수입량의 34·4%라는 높은 비중을 보여준다. 이밖의 수입 품목으로는 기계 및 수송 설비가 27·2%, 재료별 제품 15·6%, 비식용 원재료 8·3%로 나타났다.
북한의 외자 도입 현황을 보면 45∼84년간에 무상 원조 15억4천만 달러, 차관 32억1천만 달러였다. 사회주의 국가의 비중이 약 74% (소 45%, 중 18%)를 차지했다. 90년 말의 대소외채는 39억4천만 달러로 추정된다.
북한과 소련의 경제 협력은 소련 측이 원료를 제공하고 북한측이 잉여 노동력을 활용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합영 형태로 이뤄진다. 북한은 소련 원동 지역의 채소 재배나 시베리아지역의 벌목 작업에 참여하고 있기도 하다. 앞으로 소련은 북한 유류 생산 시설 활용, 원료공급을 통한 완제품 생산 및 수출, 북한 노동력의 소련 유입 등의 형태로 북한과의 경제 협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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