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만 400조원 "단카이 세대 모셔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내년부터 은퇴자가 쏟아져 나올 일본의 단카이(團塊) 세대를 관광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한국과 베트남이 본격적인 경쟁에 나섰다. 일본무역진흥공사(JETRO)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내년 중 전체 일본 인구의 5.4%인 700만 명이 은퇴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카이 세대로 불리는 이들은 소비 성향이 높고 외국에 대한 관심이 많아 은퇴 후 대부분 해외여행을 즐길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이 받을 퇴직금은 50조~80조 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 베트남=인터넷 매체인 베트남넷은 25일 베트남 관광업계가 내년부터 은퇴하는 일본인 관광객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광업계는 나이 든 일본인들의 향수를 자극할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1940~45년 일본 패전 직전까지 베트남을 지배한 적이 있는 일본인들의 향수를 관광상품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중부 호이안시다. 이곳은 수백 년 전부터 일본 상인들이 거주해 지금도 일본식 거리와 상점이 많다. 베트남관광공사는 이곳을 대규모 휴양지로 개발해 일본인을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5성급 호텔 겸 리조트 공사도 시작했다. 일본 업체와 제휴도 하고 있다. 미쓰비시와 스미토모.미쓰이그룹 등 일본 업체들은 베트남 기업과 함께 남중부 고지대인 람동성에 5000㏊의 부지를 개발 중이다. 골프장과 빌라.호텔.병원 등을 갖춘 휴양지를 만들기 위해서다. 단카이 세대가 이곳에서 여생을 즐길 수 있는 실버타운까지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관광업체들은 온천욕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을 겨냥해 경치가 뛰어난 북부 하노이 인근 화빙성에 할롱베이 관광과 연계한 온천관광지도 개발 중이다.

◆ 한국=10월 한국관광공사와 ㈜애플월드는 '살면서 느끼는 매력의 거리 서울, 한국'이라는 해외 관광객 유치전략을 발표했다. 단카이 세대를 겨냥한 장기체류형 상품이 주류를 이뤘다.

예컨대 8, 15, 21일간 한국에 머물면서 건강.음식.학습.미용.쇼핑 등 테마별로 한국의 맛과 멋을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가격은 유럽 여행상품과 맞먹는 12만7000~34만 엔으로 비싼 편이다. 월드항공서비스는 내년 봄 단카이 세대 유치를 위한 '벚꽃의 진해와 한국 경남의 마을 5일간'(최대 19만8000엔)이라는 상품을 내놨고 유람선 퍼시픽비너스는 일본 역사의 뿌리 격인 '경주.부여 한국 역사탐방 크루즈'(103만 엔)를 선보였다. '제주도와 한국 6대 세계문화유산'(31만8000엔), '유교를 배우자'(22만8000엔)는 테마 상품도 나와 있다.

한국관광공사 도쿄지사는 10월 낸 '일본 실버.단카이 세대의 해외여행 동향 및 방한유치 전략' 보고서에서 단카이 세대를 대상으로 한 부부여행과 교양.기술.지식을 심화할 수 있는 테마상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 단카이(團塊) 세대:제2차 세계대전 전후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를 지칭한다. 주로 47~49년에 태어났으며 60~70년대 치열했던 학생운동을 경험했다. 70~80년대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끌었으며 내년에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된다. 단카이는 '뭉치.덩어리'를 뜻하는데, 어원은 경제기획청 장관을 지낸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의 소설 '단카이 세대'(76년)에서 비롯됐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