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억굴려 부자 되기 ⑤] 펀드, 옛날 생각 말고 10년 후를 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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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일반적으로 주식·채권·부동산을 ‘재테크 3대 종목’이라고 한다. 과거에는 투자자들이 이런 자산에 직접 투자하길 선호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펀드매니저를 통해 간접 투자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경제와 금융 환경이 복잡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직접 투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2004년 초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적립식 펀드 투자는 매우 신중하게 장기간에 걸쳐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이다. 800만 개에 달하는 계좌에서 매월 1조원가량을 적립식 펀드에 투자하고 있으니 가히 펀드 투자의 시대가 열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단기간에 펀드 투자가 늘어나다 보니 문제점도 많이 나오고 있다. 2007년 새해를 맞이해서 펀드를 통해 수익을 달성하길 원하는 투자자라면 최근까지 많은 사람이 잘못 투자하고 있는 점을 잘 이해하고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3대‘잘못된 점’고쳐야 = 첫째 잘못된 점은 과거 수익률을 지나치게 믿으면서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1년간 높은 수익률이 났다면 투자가 몰려든다. 펀드에서 투자하는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자산의 내재가치가 얼마나 고평가되었는가, 혹은 앞으로 펀드에 속한 기업들이 얼마나 돈을 많이 벌 것인가 등을 예측하는 자료는 무시한다. 단지 과거 수익률을 가장 중요한 투자 잣대로 여긴다. 이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우리의 잘못된 투자문화에서 기인한다.

둘째 문제점은 지나치게 서두르면서, 단기 투자를 한다는 점이다. 주가나 채권 가격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투자는 한 곳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 여러 자산에 골고루 투자하는 분산 투자가 원칙이다. 그런데 우리 투자자들은 경제를 간단하게 전망하고 한두 개 자산이나 펀드에 집중적으로 투자한다. 전형적인 고위험, 고수익률 투자 자세를 가지고 있다. 그것도 짧은 시간에 고수익을 달성하려고 한다.

셋째 문제점은 노후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국·유럽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펀드 투자의 60% 이상이 노후자금, 즉 연금투자와 연결돼 있다. 외국에서는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적립식으로 적어도 20~30년간 펀드에 투자한다는 얘기다. 우리는 노후준비보다는 여유자금을 고수익률로 불리기 위해 투자하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

◇2006년 펀드 투자 결과 = 2006년에 주식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평균적으로 -0.84%의 수익률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2003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수익률이 하락한 한 해였다. 그럼에도 주식펀드의 수탁액은 46조원을 돌파했다. 2006년 말의 34조원에 비해 무려 12조원이나 급증한 셈이다(2006년 12월 8일 현재).

이는 종합주가지수 상승률이 거의 0%라는 ‘침체’에도 펀드투자액이 늘면서 간접투자의 저변이 탄탄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채권펀드는 2005년의 부진한 수익률에서 벗어나 5%대에 가까운 좋은 수익률을 달성했다.

국내 주식시장이 침체하자 2006년부터 해외투자 펀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2006년 한 해 동안 중국 펀드는 평균 63%의 고수익률을 보였으며, 인도 펀드 역시 40%에 달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하지만 애당초 기대를 모았던 일본 펀드는 6% 이상 손실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아픔을 안겼다. 현재 우리나라 투자자들이 해외펀드에 투자한 자금은 20조원에 달한다. 금융기관들은 2007년에도 해외펀드에 대한 판매를 강화할 예정이기 때문에 투자금액은 점점 커질 것이다.

◇4대 펀드투자 기법 = 펀드는 실적배당부 상품이다. 주가나 채권 가격이 하락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투자할 때에는 과거 수익률만 보지 말고 몇 가지 원칙을 세워 투자해야 한다. 2007년 펀드 투자는 이런 몇 가지 원칙을 잘 반영해 신중하게 투자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40대 투자자의 펀드투자 전략

1. 총투자자금 1억원

2. 주식 투자 자금 6000만원, 채권 투자자금 4000만원

3. 주식 투자 자금의 투자 대상 :
- 2000만원을 MMF에 가입 후 매월 200만원씩
적립식 국내 대형주 펀드에 투자
- 2000만원은 목돈으로 국내 인덱스주식 펀드에 투자
- 2000만원은 해외주식펀드 중 글로벌주식 펀드에 투자

4. 채권투자자금의 투자 대상 :
- 2000만원은 회사채 투자 비중이 큰 장기채권 펀드에 투자
- 2000만원은 정기예금에 투자

*이 투자자는 이미 부동산과 정기예금을 충분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또한 투자자금
1억원은 최소한 10년 이상 투자를 통해 노후자금으로 활용될 것으로 가정한 것임.

첫째, 자신의 총자산을 주식·채권·현금·부동산으로 나누어 투자해야 한다. 지나치게 주식이나 부동산에 집중 투자하면 위험이 커지므로 여러 가지 자산에 골고루 분산 투자하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항상 상승하라는 법이 없어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고, 주식과 채권 투자 비중을 늘리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현재 40대라면 이미 부동산을 마련했을 것이며, 전체 자산 중 부동산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또한 금융자산도 정기예금과 같은 안정적인 채권자산으로 구성돼 있을 것이다.

이 경우 2007년부터는 주식에 대한 투자자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 구성을 변경해야 한다. 즉 10년 후가 되면 부동산·주식·채권 자산의 구성비가 60%, 20%, 20%가 되도록 한다는 식의 투자 전략을 세워 실천하는 한 해가 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1억원의 자금을 가진 40대라면 현재 채권 자산이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을 결정하면 된다. 거의 채권만으로 되어 있으면 이번 기회에 주식자산을 중심으로 늘리는 것도 좋겠다.

둘째, 주식펀드에 투자할 때 위험을 줄이는 적립식 투자를 좀 더 많이 사용해야 한다. 주식은 저금리, 고령화시대에 높은 수익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이므로 계속 투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주가의 상승과 하락을 예측하고 한꺼번에 목돈을 투자하거나, 몇 개 종목에만 직접 투자할 경우 위험이 커진다.

가능하면 여러 가지 우량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를 이용하고, 5년 이상 장기간 매월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분산 방법을 사용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만일 1억원 중에서 5000만원으로 주식 투자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5000만원 중 2000만~3000만원을 MMF(머니마켓펀드)나 CMA(현금관리계좌)에 가입한 다음, 이 통장에서 매월 100만원이나 200만원이 주식펀드로 빠져나가도록 자동이체 계약을 하면 된다.

셋째, 펀드를 선택할 때 여러 가지 펀드에 분산 투자하도록 해야 한다. 투자자는 대부분 금융회사 직원들이나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몇 개의 상품에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 이때 과거 수익률이나 다른 사람의 추천만으로 고르면 곤란하다. 주식펀드의 경우 대형주 펀드, 중소형주 펀드, 배당주 펀드, 파생상품 펀드와 같이 수많은 종류가 있어, 2~3개의 펀드를 섞어 투자해야 한다.

특히 가장 장기간에 걸쳐 투자해야 하는 노후자금의 경우 대형주 펀드와 같이 주식시장의 종합주가지수와 비슷하게 수익률이 나는 펀드를 이용하면 좋다. 또한 중소형주 펀드와 같이 수익률의 등락이 큰 펀드는 주식펀드 전체 투자자금의 20~30%를 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따라서 특별하게 투자자금이 많지 않은 투자자라면 대형주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해외펀드에 대한 투자자금은 주식투자 자금 중 일부분이 되어야 한다. 해외펀드는 주식펀드를 주로 활용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주식투자 자금 중에서 30~40%를 넘지 않도록 해야한다. 또 중국·인도와 같이 익숙한 지역에만 투자해서는 곤란하다. 이들 국가는 주가가 너무 많이 올라 고평가되었다는 우려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가도 예측하기 어려운데 전 세계 여러 지역의 주가를 정교하게 예측한 다음 투자하는 자세는 너무 위험하다. 가능하면 글로벌주식 펀드와 같이 전 세계 여러 나라에 투자하는 펀드부터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인도와 중국과 같은 동남아 이머징마켓은 가장 고수익률을 주는 고위험 지역이라는 점을 잊지 말자.

◇1억 투자 사례 = 펀드 투자는 최소한 투자 기간을 3년 이상으로 잡고, 주식과 채권에 대한 분산 투자를 근간으로 시작해야 한다. 해외투자 같은 단기적인 인기에 집착해 투자하지 말고, 길게 보고 신중하게 분산 투자해야 한다.

1억원의 투자자금을 가진 40대 투자자가 노후자금용으로 분산 투자하는 것을 사례로 들자면, 다음과 같은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다(도표 참조). 1억원 중 2000만원은 국내 대형주펀드에, 2000만원은 국내 인덱스주식 펀드에, 2000만원은 해외 글로벌주식 펀드에 각각 가입하라고 말하고 싶다.

투자자별로 재무상태가 다양하고 투자 목적이 다르므로 반드시 전문적인 재무설계사와 상의해 펀드 투자 전략을 세워야 한다.

우재룡 한국펀드평가 대표 [jrw@kfr.co.kr]

<이코노미스트 8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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