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투성이 감시(구멍뚫린 수질관리: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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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단속 겁안내는 공해업체들/“벌과금만 물면 그만” 내놓고 방류/손모자라 겉핥기 점검/허술한 장비 부실검사
두산전자의 유독성 페놀폐수방류에 의한 수도물오염사건은 공해단속체계에 구멍이 뚫려있음을 그대로 드러냈다.
공해단속에 뚫린 구멍은 식수수질저하등 시민건강피해에 직결됨으로써 엄청난 파문을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대구지역 취수장 상류의 구미·김천·대구 3공단 등에는 페놀을 취급하는 업체가 68곳이나 되는데도 86년 이후 대구지방 환경청과 대구시의 공장폐수 정기검사에서 페놀이 한번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 공해단속체계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두산전자 구미공장이 84년부터 폐수 비밀배출구를 설치,운영했으나 지난해 폐수·대기오염 등에 대한 7차례의 점검에서 관리대장 기록미비 외에는 무사통과했다는 사실은 공해단속능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페놀파동으로 전국이 시끄러운 가운데 대구시·경북도·대구환경청이 18일부터 21일까지 실시한 1백62개 공장에 대한 단속에서 폐수무단 방류등 위반업체가 26곳이나 나타난 것은 상당수 기업들이 공해단속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심장을 갖고 있음을 나타낸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몇천만원 이상씩 드는 공해방지시설을 하는 것보다는 적발될 때마다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의 벌과금을 무는게 낫다는 일부 기업주들의 의식구조를 전환시킬만한 체계적이고 강력한 단속이 시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처가 지난해말 공해특별단속을 강화함에 따라 지난해 환경처 및 각 시·도가 적발한 위반업소는 89년 보다 48%가 늘어난 1만9천4백81곳이었다. 이를 뒤집어보면 그만큼 「공해단속 무풍지대」에 있는 기업이 많았다는 얘기다.
이같은 현상은 단속인력 및 장비가 양과 질면에서 모자란데다 공해단속기능을 분담하고 있는 환경처·시 도간의 협조체제 미비 등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부 시·군에서는 관내 유력기업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피하는 듯한 분위기도 있다.
우선 현재의 인력과 장비로는 매년 15%씩 증가하는 업체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재 환경처 및 시·도의 지도대상업소는 4만7백67곳(폐수·대기오염물질 배출)이나 전담 단속인력은 환경처 4백명,각 시·도 8백여명 등 1천2백여명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단속인원 1명당 20∼90개업체를 맡고 있어 단속이 겉핥기식이 되게 되어있다.
단속은 2∼3명이 한조를 이루기 때문에 단속의 손길은 더욱 멀어지게 되며 단속인력의 절반은 인허가업무·행정처분 등 업무에 매달려야 하므로 단속의 실효성은 더욱 떨어지는 것이다.
규정상 한 업체당 연간 2∼4회의 정기점검과 필요때 수시점검을 하도록 되어있으나 업소당 연간 2회 점검하기도 바빠 환경처 실무자들 조차 1년에 점검을 한번도 안받는 업체가 적지않음을 인정하고 있다.
환경처 울산출장소의 경우 8명의 단속반이 1인당 90개 업체에 해당하는 7백37개 업체를 맡고 있어 민원이 생겨야 움직이는 형식적 단속을 하고 있다.
인천시는 52명의 인력이 2천2백26개 업체를 맡고 있으나 과장·계장·차량매연단속반·서무담당 등을 빼면 24명이어서 1인당 93곳을 맡는 꼴이다.
대구환경청은 2월초 시·도와의 관할업소 조정으로 관할업체가 1천4백40개 늘어난 2천6백66개가 됐으나 인력증원은 되지않아 1명이 60∼70곳을 담당하고 있다. 이번 사건이 난 구미공단의 경우 환경청과 35㎞ 떨어져 있어 한달에 한두번 출장단속을 하는데 그쳐 사각지대나 다름없었다.
또 강원도의 경우도 시·군의 담당계장 23명중 환경직·보건직은 8명에 불과해 전문화가 안되어있는등 성과없는 단속이 적지않은데 비추어 자질향상도 요구되고 있다.
장비도 허술해 폐수는 섭씨 4도에서 채수후 3시간 이내에 검사해야 하는데도 전북의 경우 시·군에 채수장비가 없어 도 보건연구원에 검사의뢰를 해야 하므로 이 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생겨 신빙성문제까지 생기고 있다.
충북도의 경우도 간이폐수검사기등 기본적 장비마저 없고 도내 시·군에는 단속요원의 기동성을 위한 오토바이도 없는 형편이다. 울산환경출장소 역시 검사기기가 없어 폐수·굴뚝검댕이 등을 채취,50㎞ 떨어진 부산환경청에 의뢰하고 있다.
경남의 시·군 단속반도 냄새·색깔 등으로 이상여부를 감지한 뒤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면 도에 분석의뢰하고 있다.
2월부터 환경처는 공단내 업소,시·도는 공단밖 업소를 맡도록 관할이 조정됐으나 한 지역내 두 기관간의 유기적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단속의 허술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해 6월 인천시 보건환경연구소·구청직원 등 7명의 환경공무원 비리사건에서 나타나듯 일부 단속요원의 부정소지 또한 단속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전문인력 및 장비의 보강,단속체계정비 등을 통해 정부가 공해추방운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김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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