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 얘기『남바』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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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품바』의 작가인 김시나 씨가 후속 작으로 만든 거지이야기『남바』가 4월30일까지 대학로 극장에서 공연중이다. 화·수 오후7시30분, 목·금·토·일 오후4시30분·7시30분. 『남바』란 전남지역 민요의 후렴 구에 나타나는 의성어. 작가는「빌붙어 산다」「기회주의자」란 뜻으로「남바」를 극중에 등장시킨다.
나쁜 거지「남바」는 같은 거지이지만 민족정기를 상징하는「품바」와 함께 예쁜 여자「천사」를 차지하기 위해 온갖 짓거리로 힘을 겨룬다.
결국 천사는 부패한 현실에서 승리할 수밖에 없는 기회주의자 남바의 품에 안기지만 극은 갑자기 민족재판으로 돌변, 남바에게 극형을 선고한 뒤 한바탕 사면과 화합의 대동 굿으로 끝맺게 된다.
『품바』가 각설이 타령으로 시작해 밑바닥 인생의 한풀이와 걸 찍한 농지거리로 일관하는 단순한 형식인데 비해『남바』는 선(품바)과 악(남바)이라는 대립적 인물설정에「천사」라는 상징적 매개를 더해 한층 주제의식과 극적 기교를 강조했다.
그러다 보니 얕은 재미는 많이 살아났지만 짜임새가 매끄럽지 못하고 다소 산만해 거창한 주체의식이 오히려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다.
남바 역 민경진 씨의 엉큼하고 익살 넘치는 연기가 품바 역 정재진 씨의 대쪽같은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
천사역 신인 김호정의 깜찍하면서 적극적인 연기자제도 국에 생기를 불어넣는 듯하다. (764)6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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