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격한 세태변화에 불안감 느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현대사회에서 핵가족화·개인주의적 성향이 심화되면서 노후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갱년기에 접어드는 40대 이후 노후대책은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 부문별로 짚어 본다.
아들만 셋 둔 주부 김명진씨(46·서울 후암동)는 요즘 마음에 다짐두는 게 많다.「내 몫의 돈」을 만들 것, 어느 모임이든 열심히 나가 친구를 적극적으로 사귈 것, 죽기 전에는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말 것 등일. 김씨가 이런 야무진(?)결심을 하게 된 계기는 김씨 고모의 삶을 지켜보면서부터다. 4남1녀에게 웬만큼 있던 재산을 물려준 뒤 이 아들 저 아들 집을 오가며「집시노인」의 삶을 면치 못하는 고모의 모습이 결코 남의 일 같지 않아서다.
주부 정영미씨(43·서울 한남동)는 며칠째 마음이 우울하다. 고부간의 미묘한 심리전을 그린 TV연속극을 보며 내심『요즘 젊은 며느리들이란 왜 저럴까』하고 생각하는데 같이 시청하던 아들이 불쑥『엄마는 다음에 제발 저러지 마세요. 나이 들면 다 저렇게 되나』하는 말이 너무도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이같이 자신의 노후를 걱정하는 40대 주부들이 많다. 특히『아들이 많으면 든든하다』고했던 예전과는 달리 아들만 둔 주부들이 노후문제로 부심하는 경우가 늘고있어 달라진 세태를 보여주고 있다.
주부 이은혜씨(41·서울서초동)는『40대가 되니 친구모임에서 노후대책에 관한 얘기가 점차 많아지게 된다』며『말들은 많이 하지만 30대부터 노후대책을 세워온 사람은 거의 없어 대체로 불안해한다』고 말했다.
40대주부들의 이 같은 노후걱정은「세상이 급격히 변해 가지만 미처 준비하지 못한 세대」라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현재의40대가 60대에 이르는 2010년에는 60세 이상 노인의 65%정도가 자녀와 함께 살지 않거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핵가족화는 당연시되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삼성생명이 지난해 주부 1천3백여 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7%가 『노후자금이 다소 또는 매우 염려된다』고 밝혀 불안한 노후를 예견케 했다.
더구나「빈 둥지증후군」을 느끼는 40대주부들의 경우는 현재도 고독하지만 나이가 들수록「자녀들로부터 버림받을 것이라는 심리적 불안감도 크다.
특히 아들만 둔 주부의 경우 늙어서 가까이 지낼 수 있는 딸이 없다는 점에서 고민은 더 크다.
연세대 사회학과 조혜정 교수는『앞으로의 가족은 핵가족화 될 뿐 아니라 위계질서를 존중하던 가부장적 의식이 희박해지고 정으로 맺어진 인간적인 관계를 더 원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따라서 우리사회에서 부모봉양·효도 등의 개념이 가졌던 위력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