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발전' 미국 대학 화두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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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 대학가에 '지속가능한 발전'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관련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물론 이를 다루는 독립된 단과대학도 설립될 예정이라고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CSM)가 19일 보도했다. 세계적인 환경 악화, 자원 고갈 등이 문제가 되면서 그간 경쟁력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 온 미 대학들도 변화의 흐름을 타기 시작한 것이다.

애리조나주립대가 대표적이다. 이 대학은 지난해 '지속가능성 연구소'의 문을 연 데 이어 다음달 미국에서 처음으로 정식 단과대학인 '지속가능성 대학(School of Sustainability)'을 설립할 예정이다. 지구 온난화, 대체 에너지, 도시 계획 등 지속가능성과 관련한 생태학.경제학.사회학 분야의 모든 주제를 다루며 학위도 수여한다. 또 다른 전공자들에게도 수업을 개방해 가능한 한 많은 학생이 부전공으로 택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기업 등 외부 호응도 높다. '지속가능성 연구소' 설립에 개인 후원자가 1500만 달러를 기부한 데 이어 10월에는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롭 월튼 회장이 이 연구소 이사회 의장을 맡기로 했다.

이 같은 변화는 마이클 크로 총장이 주도하고 있다. 그는 환경운동의 고전으로 꼽히는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을 대학 변혁의 지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부임 이후 대학 내 모든 신축 건물을 친환경 기준에 맞춰 설계하도록 하고, 연구비도 환경 관련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입하는 등 지속가능성을 대학의 특화상품으로 키우고 있다. 크로 총장은 "우리의 목표는 자연과 갈등 관계를 맺지 않고 조화롭게 생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속가능성 분야에 학생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애리조나주립대 외에 상당수 대학도 관련 강좌 도입에 나서고 있다. 켄터키주의 베레아 대학은 캠퍼스를 '생태마을'이라고 부르며 교내에서 배출되는 하수.오물을 식물과 어류가 살아 있는 저수조를 통해 정화하고 있다. 뉴욕주의 로체스터 대학도 열을 건물 안으로 흡수해 난방비를 줄일 수 있는 계단 통로를 새로 짓고 있는 광학연구소에 설치할 계획이다.

이 밖에 친환경적인 생활을 실천하며 '지속가능한 삶'의 선구자 역할을 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그의 작품 '월든'은 대부분 대학의 교과과정에 포함되는 등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대학 간의 연합 단체인 '고등교육 지속가능성 발전협회(AASHE)'는 올해 규모 면에서 5배가량으로 급성장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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