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 성폭력 범죄자 전자팔찌 채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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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르면 2008년부터 상습적인 성폭력 범죄자로 판단되는 사람은 자신의 위치가 추적되는 전자장치인 전자팔찌를 반드시 착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3세 미만 어린이를 상대로 한 성범죄자 중 재범 위험성이 있는 경우도 전자팔찌를 부착해야 한다. 전자팔찌는 착용자의 심장 박동수가 빨라질 경우 이를 관련 기관에 통보하는 기능까지 갖출 전망이다.

법무부는 19일 최근 국회에 제출한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 수정안을 공개했다. 김성호 법무부 장관은 "상습 성범죄자들에게 전자팔찌를 채우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수정안은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의 발의로 국회에 계류 중인 본 법안에 대해 박 의원이 법무부에 보완을 요청해 만들어졌다. 수정안은 법사위와 국회 본회의에서 보완 작업을 거치게 돼 이르면 내년 중에는 통과될 수 있다. 그러나 "성범죄자라도 팔찌까지 채우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는 반발 여론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어떤 사람들이 전자팔찌 차나=수정안은 성폭력과 관련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전자팔찌 부착의 대상자에 포함시켰다.

형법상 강간.강제추행.미성년자 간음.강도강간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특수강도강간.미수범, 청소년 성보호에 관한 법률상 청소년 강간.강제추행 등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발생건수는 지난해 1만3000여 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4000여 명 중 1600명이 19세 미만을 상대로 저질렀다. 특히 이 중 670명은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자팔찌 부착 대상의 경우 박세환 의원안은 형기를 마친 출소자에게만 전자팔찌를 부착토록 했지만 법무부는 상습 성폭력 범죄자들에 대해 ▶징역형 이후 단계▶가석방 단계▶집행유예 단계에 각각 전자팔찌를 채울 수 있도록 대상을 대폭 늘렸다.

법무부는 성범죄로 두 차례 이상 징역형을 선고받고 형기 합계가 3년 이상인 사람이 형 집행을 마치거나 면제받은 뒤 5년 이내에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 전자팔찌를 채우도록 했다. 전자팔찌를 찬 적이 있는 사람이 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도 전자팔찌 착용 대상이다. 검사는 전자팔찌 착용 명령을 법원에 청구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형 집행 중 가석방된 성범죄자가 보호관찰을 받을 경우 준수사항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보호관찰 기간에 의무적으로 전자팔찌를 부착하도록 했다. 법원이 성범죄자에 대해 집행유예와 보호관찰을 선고할 경우에도 그 기간 내 전자팔찌를 착용토록 명령할 수 있다.

백일현 기자

◆ 전자팔찌 외국에선=위치추적 장치를 이용한 전자감독제도는 미국.캐나다.영국.호주.스웨덴.뉴질랜드 등 전 세계 10여 개국에서 시행 중이며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미국과 영국의 경우 성폭력 범죄자뿐 아니라 일반 범죄자들에 대해서도 재범 위험성이 큰 경우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프랑스 의회는 성범죄.살인.유괴 등으로 7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들을 대상으로 형기를 마친 뒤에도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막기 위해 손목에 전자팔찌를 채우도록 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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