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인기(분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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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프라우드… 콘피던트…,헤드 하이….』
부시 미국 대통령은 어제 미 의회에서 연설을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자랑스럽게,자신감을 갖고,고개를 쳐들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상하 양원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박수를 쳤다. 평화시의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서 이런 박수와 환호를 받은 일은 근래엔 없었다. 아폴로위성이 월세계를 정복했을 때도 그렇지는 않았다. 여도 야도 없이,흰둥이도 검둥이도 없이 모두 20회도 넘게 진짜 박수를 치고 있었다. 어떤 의원은 부시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워보였다.
남의 나라 대통령이지만 보기에 흐뭇했다. 민주국가 대통령치고 이렇게 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인기는 공짜로 생긴 것이 아니다. 미국이 걸프전쟁에서 이긴 것도 역시 거저는 아니었다. 바로 그 점이 부럽다면 부러운 것이다.
부시가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서 많은 사람들은 실망부터 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답지 않게 외교에서 꿈지럭거리며 끊고 맺는 것이 없어 보였다. 경제는 더 말할 것 없었다. 실업자는 늘고,수출은 안되고,경기는 뒷걸음질 쳤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2천억달러를 넘었다. 역대 정권중 부시만큼 빚이 많은 정권도 없었다.
그런 속에서 부시는 오늘의 부시가 되었다. 비결이 뭘까.
운명론자 같지만 그는 개인적으로 운이 좋았다. 소련이 강경보수에서 물러앉은 것도,동유럽의 공산정권이 해체되고 민주화의 바람이 불어닥친 것도 모두 부시의 노력이나 역량과는 상관없이 천하대세가 몰고온 일이었다. 나라가 잘 되려면 그런 운좋은 지도자를 만나야 한다.
부시의 또다른 비결이 있다면 사람을 잘 쓰는 일이다. 베이커 국무,체니 국방,파월 합참의장 등을 발탁한 것은 이번 걸프전쟁을 통해 얼마나 절묘한 인사였는지를 보여주었다. 부시는 사람을 보는 특출한 눈이 있었다.
비결은 또 있다. 결단력이다. 부시는 결단해야 할 때 결단했다. 우물쭈물 맹물같이 시간을 낭비하지도,놓치지도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한때 부시가 정말 전쟁을 할 셈인가 하고 의심했었다. 그러나 부시는 전쟁을 시작할 때와 끝낼 때를 분명히 알고 있었다. 오늘 미국의 승리는 결단의 승리나 다름없다.
부시는 진짜 인기있는 지도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보여주었다. 우리 눈엔 모든 일들이 부럽게만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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