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여 입학제 도입 연·고대 공동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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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총장이 기여입학제 도입을 위해 연세대와 보조를 맞출 방침임을 밝혔다. 기여입학은 연세대가 그동안 '기여우대'란 명목으로 추진해 왔으나 고려대 총장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히기는 처음이어서 교육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연세대 김우식(金雨植)총장과 고려대 어윤대(魚允大)총장은 7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제2차 한.일 밀레니엄포럼'에서 기여입학제 도입을 촉구하는 내용의 공동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은 일본 게이오(慶應)대 안자이 유이치로(安西祐一郞)총장과 와세다(早稻田)대 시라이 가쓰히코(白井克彦)총장 등 4명이 함께 서명했다.

총장들은 전체 3개 항으로 이뤄진 합의문 제3항에서 "대학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학 협동과 재정 확충을 위한 자율성의 증진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金총장은 "그 동안 법적.정서적인 제한 때문에 대학이 추구해 온 재정 확충 방법이 벽에 가로막힌 경우가 많았다"며 "대학의 입장에 따라 기여우대제 등을 포함한 재정 확충에 자율성 증진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魚총장도 "우리 교육재정에서 사립대 지원 비율은 영.미의 20~30%, 일본의 15%에 크게 못 미치는 4%에 불과하다"며 "재정 확보를 위해 정부도 제도적으로 여러 방법을 강구해야 하고 대학도 자주적인 입장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魚총장은 이어 "그간 연세대가 (기여입학제를) 선두에서 추진해 왔으며, 우리도 같은 인식을 갖고 뒤를 따라가겠다"고 말해 양교가 공동으로 기여입학제를 추진할 것임을 내비쳤다.

연세대 관계자는 "이미 일본 대학은 기여입학제를 실시하고 있어 합의문에 명시적으로 못박지는 않았지만 '재정 확충을 위한 자율성 증진'이란 기여입학제를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고려대 염재호 기획예산처장은 총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아직 기여입학제를 공식적으로 검토한 적도 없고 당분간 추진할 계획도 없다. 연세대와 상의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기여입학제 추진 움직임과 관련, 교육인적자원부 한석수 대학학사제도과장은 "물질적 기여에 의한 입학은 기여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현실과 사회정의 등을 감안할 때 허용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일관된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대학 특별전형의 경우 사회통념적 가치에 합당한 합리적인 기준과 방법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 기여입학을 막아왔다. 한편 연세대는 金총장이 취임한 2001년부터 학교 발전을 위해 정신적.금전적 기여를 한 인물이나 기업.단체의 자녀가 입학할 때 혜택을 주는 '기여우대제'를 추진했다가 교육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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