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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출판사 첫 책] 동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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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출판계에서 동녘의 이건복(51.사진)사장만큼 행복한 이도 드물다. 남녀 심리 차이를 분석한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자회사 친구미디어의 장기 베스트셀러로 꾸준히 팔리고 있는 데다 동녘에서 낸 첫 책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도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베스트셀러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브라질 최고의 작가 J M 바스콘셀로스의 성장소설인 이 작품을 1978년에 처음 국내에 소개한 출판사는 이태복 전 복지부 장관이 운영하던 광민사였다. 당시엔 저작권 계약을 않고도 번역 출판이 가능한 풍토였기 때문에 이 책의 인기가 전해지면서 무려 50여개의 출판사가 이 책을 출간했다.

동녘 출판사판 '나의 라임…'의 번역자 박동원씨에 따르면, 주인공 제제의 악의없는 장난기와 사랑을 갈구하는 순수한 영혼이 한국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고 한다. 이 작품은 초등학교 6학년 '읽기' 교과서에 실리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이 책이 동녘으로 넘어간 사연은 이렇다. 1980년에 이태복씨의 민주화 운동과 관련하여 광민사가 설립 3년 만에 문을 닫게 되었다. 그때 광민사의 영업부장을 맡고 있던 이태복씨의 동생 이건복씨가 광민사의 모든 것을 인수하고 이름을 동녘으로 바꿨다.

이 책은 82년에 동녘의 이름으로 다시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당시 이태복씨의 고교 시절 친구들이 교편을 많이 잡고 있었는데, 이들이 친구를 위해 학생들에게 이 책을 권했던 것이다. 그 후로는 입소문을 탔다.

출판 환경이 바뀌면서 1996년에 모 출판사가 이 책의 저작권을 가진 브라질의 멜호라멘토스사와 계약을 맺었으나 금융위기를 이기지 못하고 도산했다. 그러면서 기회는 동녘으로 넘어왔다. 한국에 처음 소개한 출판사라는 프리미엄 덕도 보았다. 그래도 한국에 대한 불신이 깊었던 브라질 출판사와 정식 계약을 한 것은 지난해 10월이었다.

재단장을 계기로 번역을 새롭게 다듬고 원본 삽화를 과감히 버리고 우리 감각에 맞는 감성적인 삽화를 열네 컷 만들었다.

너무나 솔직하게도, 번역자는 '에스포카 에 마니야'라는 카드놀이가 '마닐라 여송연'으로, '전당포 주인'이 '기회주의자'로 잘못 번역되었다고 털어놓았다. 이뿐이 아니다. 잘못된 번역이 무려 1백여 군데로 드러났다.

옮긴이 박동원씨는 한국외국어대학 포르투갈어과 재학 시절에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대학 노트에 번역해놓았다고 한다. 강의 시간에 접한 제제의 이야기가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조카들에게 읽어주기 위해서였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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