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 심한 4곳 현장을 가다|산 깎고 허물고…울창한 산림 훼손-욱성 골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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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욱성 골프장=강원도 춘성군 남산면 백양 1리 욱성 그랜드컨트리클럽 공사 현장. 춘천에서 경춘 국도를 따라 서울 쪽으로 10여km쯤 가다보면 북한강 건너편의 칼봉산 기슭이 파헤쳐진 채 흉칙스런 몰골로 눈앞에 나타난다. 산림 보존 지구로 울창한 산림을 지녔던 이곳은 89년12월 강원도에 의해 36홀 규모의 골프장이 허가돼 공사가 시작되면서 이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높은 곳은 해발 3백50m, 아래쪽은 50여m로 표고차가 심한 산을 완만한 구릉과 평지로 만들기 위해 산봉우리를 폭약으로 허물고 산허리를 잘라내 길을 냈다. 이 때문에 4개의 산봉우리가 형체도 없이 사라졌고 농업용수를 공급하던 계곡은 평지로 메워졌다.
현재 이곳은 전체 부지 43만4천여평의 83%인 36만여평의 산림이 훼손돼 울창한 숲을 이뤘던 참나무·낙엽송 등 아름드리 나무들이 잘려나깠다.
결국 욱성 측은 허가 구역 밖의 산림 보존 지역 7천6백여평을 훼손한 사실이 드러나 1월5일 부사장 박선만씨 (50)가 구속되는 사태를 빚었다.
회사측은 그러나 골프장 확장을 이유로 이 훼손 면적을 포함한 5만7천여평에 대한 사업계획 변경신청을 최근 강원도에 내놓고있다.
또한 골프장의 남쪽과 서쪽 끝에서 『한강과의 직선거리는 2백여m에 불과, 골프장 완공 후 농약오염마저 우려되고 있다. 욱성 산업 측은·침전조와 정화 시설로 수질 오염은 걱정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다.
자연 훼손 외에 마을 주민들의 피해도 문제 거리.
주민 김미수씨 (46)는 『공사장의 장비 굉음과 폭발음 때문에 소·닭 등 가축들이 먹이를 먹지 않아 지난해 8월 애써 기르던 소 30마리와 닭 2만2천 마리를 처분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토목 공사가 끝나는 4월말까지 가축 사육을 포기하는 대가로 회사측으로부터 3천5백만원의 보상금을 받았으나 골프장이 개장되면 농약 공해 등으로 축산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 지난해 말 이웃마을인 서천리에 땅을 임대해 6천만원을 들여 양계장을 새로 지었다.
주민들은 이처럼 생활 터전을 잃게되자 인접 네가구 중 한가구는 아예 마을을 떠났고 나머지 세가구도 이주 예정이다.
그러나 욱성 레저 사업부 권혁률 이사는『쓸모 없는 악산을 개발하는 것은 오히려 산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강원도 관계자는 『강원도는 전체 면적 중 82%가 임야여서 산지 활용 문제가 최대 과제』라며 『증가하는 관광 레저 인구수용과 지방 자치 재원을 위해서는 골프장·스키장 개발 등이 필연적이며 다만 30개 항목의 검토를 거쳐 환경 보존과 균형을 이루도록 하겠다』고 했다. 【춘천=권혁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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