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한글무료강좌 개설 고려학원 문상주 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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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글을 몰라 겪는 고통은 당사자가 아니면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문상주 고려학원장(45·서울 숭인동1368)은 한글을 몰라 평생 기 한 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살아온 노인들을 위해 무료한글강좌를 개설했다.
가뜩이나 모자라는 강의실 때문에 정규원생조차 수용하기 벅찬 실정이지만 강의실 2개를 선뜻 내놓은 것이다. 지난해 8월 개설한 1기 노인학생 67명이 6개월 과정을 마치고 지난달 21일 졸업했다. 3개월 늦게 입학한 2기 학생 70명은 지금 뒤늦은 공부에 여념이 없다.
『처음 개설할 때는 호응이 적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그러나 놀랍도록 무서운 집념으로 공부하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면 뿌듯함을 느낍니다』
오전 9시부터 수업이 시작되지만 8시가 되면 벌써 자리가 꽉 찬다고 한다. 그 동안 글을 몰라 버스를 타려고 해도 일일이 물어서 타야했고 은행에 가서도 겸연쩍게 서있기만 했던 글 모르던 노인들이 이제는 정신적 소외감과 수치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쁨으로 공부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차 있다.
71년 현 고려학원을 설립, 20년간 학원사업을 해오고 있는 문 원장은 학원설립 초부터 청소년선도사업·장학사업도 벌여오고 있다.
고려학원강사1백명과 종로지역의 뜻 있는 사람 7백여명이 선도위원회를 결성, 불우청소년들에게 무료로 직업훈련을 시키고 직업알선, 중학교까지 학비를 대주고 있다. 또 해외교포들에게 한글책 보내기 운동도 전개, 학원수익금의 일부로 교포자녀들에게 무료로 한글 책을 보내주고 있다. <글 정재헌 기자 사진 최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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