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주택 법정관리 신청/회사제출 자구책 은행 거부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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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백억 어음 11일 부도 대비”/수서조합에 천13억원 어음 발행/“빠르면 금주중 받아들일지 결정”서울지법
한보그룹의 한보주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한보주택은 2일 오전 11시쯤 서울민사지방법원에 법정관리신청서를 제출했다.<관계기사 15면>
수서사건으로 자금난을 겪어온 한보주택은 주거래은행인 조흥은행이 한보가 내놓은 자구노력계획을 거부,추가자금 지원이 어려워진데다 수서지구 주택조합에 내준 견질어음이 돌아올 경우 부도사태를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일단 부도사태를 피하기 위해 이날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한보주택은 수서지구 주택조합에 위약금조로 모두 12장에 1천13억8천5백만원의 견질어음을 발행했으며 이중 9장 9백74억2천5백만원은 주택은행,나머지 3장 39억6천만원은 조흥은행이 각각 지급은행으로 돼있다.
이중 주택은행 지급어음은 이달부터 11월까지 매달 10일이 만기일로 되어 있으며 1차로 이달 11일(10일이 만기이나 일요일이므로 11일 교환가능)에 2백억원이 돌아오며 조흥은행 지급어음은 만기일이 없는 백지상태로 언제라도 교환에 돌릴 수 있게 되어 있다.
법정관리신청은 공식적으로는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을 말하며 회사와 채권자,주주가 신청인이 될 수 있다.
이번의 법정관리신청은 한보주택이 냈으나 최대채권자인 조흥은행 및 관련부처와도 사전 협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민사지법은 빠르면 이번주 법정관리신청을 받아들일 것인지의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신청을 낸다고 해서 반드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고 지난해 9월 상장기업이던 대도상사가 부도를 모면키 위해 서울민사지법에 법정관리신청을 냈으나 기각된 사례도 있다.
법정관리(회사정리절차 개시) 신청을 내 받아들여지면 법원의 재산보전 처분명령에 따라 한보주택의 모든 채권·채무가 동결되며 법원이 선임하는 법정관리인들 중심으로 경영이 이뤄지는 이른바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한보주택은 지난 1월말 현재 은행의 대출과 지급보증 1천1백80억원,단자·보험 등 제2금융권 대출 4백63억원 등 총 1천6백43억원의 금융부채를 지고 있다.
◎법정관리 인정땐 특혜시비 일듯(해설)
회사정리법에 근거한 법정관리는 회사 또는 은행을 포함한 채권자,주주 등이 법원에 신청할 수 있다.
법원은 제출된 신청을 검토해 회사가 법정관리를 통해 다시 회생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채권보전처분을 내리게 되는데 이 경우 회사가 안고 있는 모든 부채의 상환의무가 동결되며 법원은 법정관리인을 선임,회사경영을 맡기게 된다.
법원은 이 과정에서 회사 주거래은행의 감독기관과 관련채권자들을 불러 의견을 듣는게 순서다. 이때 담보가 있는 채권은 총 채권액의 80%,무담보채권은 90% 이상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어야 법정관리결정을 얻을 수 있는데 한보주택의 경우 주채권자인 조흥은행의 동의가 있었다면 법원의 법정관리결정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 보통 10∼15년,최고 20년까지 가능하며 일반적으로 이 기간동안 부채상환은 5년거치 10년 상환으로 해온 것이 통례다.
한편 한보주택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것과는 별도로 한보철강은 주거래은행인 서울신탁은행의 합의를 거쳐 이번주중 은행관리(자금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보그룹을 계열사 전체를 묶어 정리하지 않고 주거래은행별로 회사를 떼어 처리하는 방식은 과거의 부실기업 정리방식과 달라 기업내용이 가장 부실한 한보주택만 법정관리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앞으로 적지않은 특혜시비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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