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자의 나라사랑(촛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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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내년에는 반드시 대학에 합격,장애자들도 나라를 위해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습니다.』
청각장애자로서 올해 대학입시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유모군(20)의 두 눈은 결의에 차있다.
1일 오후 3시 서울 고덕동 심신장애자촌 우성원 3층 강당 3·1절 72주년 기념식장.
장애자 원생 3백50여명이 3·1절 기념식을 갖고 독립운동에 기여한 순국선열들의 뜻을 받들려는 장래의 포부를 밝히고 있었다.
유군에 이어 선천성 자폐증환자 오모씨(28)가 단상에 섰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못했습니다.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할까봐 어울리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교육을 받은 뒤로 많이 나아졌습니다. 이제는 나라사랑의 마음도 가지게 됐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신음하듯 쏟아놓는 한마디 한마디는 분명하진 않았으나 심금을 울렸다.
『아야 어여 오요….』
12명으로 구성된 장애자합창단의 「발성의 노래」를 끝으로 기념식은 끝났다.
『3·1절을 맞아 이 시대의 진정한 「애국」이란 어디에 있는 가를 장애자들에게 깨우쳐주기 위해 자리를 만들었다』고 원장 최병문씨(71)는 말했다. 최원장은 소외된 이웃사랑과 소외된 사람 자신들의 자기발견을 나라사랑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기념식장을 나서는 장애자들의 얼굴에는 일반인들이 참석하는 행사장에는 가지 못했지만 선열들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확인했다는 자긍심이 가득찼다.<유광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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