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체육 화해무드 또 “휘청”/신동재 체육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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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단일팀 구성 협상의 타결로 「화해시대」를 예고했던 남북한 스포츠계가 91 동계유니버시아드가 열리고 있는 이곳 삿포로에서 한파를 만나 비틀거리고 있는 인상이다.
남북한 양측은 분단사상 처음으로 축구와 탁구에서 극적으로 단일팀 구성에 합의,화해의 모습을 대내외에 과시했으나 이번 대회에서 양측 당국의 석연찮은 태도로 한계에 부닥친 느낌이다.
북한은 지난달 15일 재일 조총련을 통해 민단측에 『이번 유니버시아드 기간중 67만 재일교포가 남북선수들을 합동응원하자』는 제안을 해와 양측이 합의,북경아시안게임에 이어 또 한번의 조직적인 공동응원의 화해마당을 예고했던게 사실.
한국입장을 대변하는 민단측도 이에 적극 동조,단일 응원기(한반도 지도)와 민요를 중심으로한 응원가를 조총련측과 합의하는등 대규모 합동응원이 예상됐었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현지에 도착한 한국선수단은 특별한 설명을 붙이지 못한채 소극적 자세로 비껴가기 시작했다.
『북경에서처럼 인위적으로 공동응원을 펼칠 필요가 있느냐』『경기장에서 자연스럽게 양측선수를 성원해주면 되지,조직적으로 할 필요가 있느냐』
그러면서도 한국측 고위임원들은 『일본­북한 수교교섭이 급진전되는 모양인데 북한이 남북합동응원을 평소답지않게 「간청」하는 것은 측면지원의 속셈이 있는게 아니냐』는 말로 우리측 입장을 대신했다.
북한측은 더욱 가관이다. 지난달 28일 입장식 리허설에서 입장순서를 22번째에서 8번째로 앞당겨 달라고 요청,조직위를 당황케했던 북한은 1일 프리모 네비올로 국제대학스포츠연맹 회장이 제안한 개막식 공동입장안도 어물쩍 거부,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북한은 IOC등록명인 PRK로 그동안 국제경기에 참가,이번 대회에서 규정상 알파벳순서인 22번째로 입장하게 돼있으나(한국은 16번째) 갑자기 『국명이 DPRK이므로 「D」를 기준으로 8번째로 입장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 북한측은 네비올로 회장이 중재안으로 제시한 남북한 공동입장도 『1국가 1국기가 당연한데 2개의 국기로 입장하는게 어디있느냐며 거부,실망을 안겨줬다.
북한이 8번째 입장안을 주장하고,개막식의 남북한 공동참가를 거부한 의도가 무엇인지 당장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남북 단일팀 구성이 타결돼 화해무드가 조성된 것처럼 보이나 아직도 스포츠에서 조차 여전히 「대결구도」가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삿포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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