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텍사스 쇼크'… 공화당 연방 하원 후보 결선투표서 패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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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사진) 미국 대통령이 주지사를 지낸 텍사스주(州)는 부시 대통령의 정치적 기반이다. 그런 그곳에서 12일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에 충격을 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실시된 연방하원 의원 선거 결선투표에서 유권자들이 현역 7선의 공화당 의원 대신 민주당 후보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7일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으로 쏠린 여론의 흐름이 이젠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아성인 텍사스까지 확산한 것이다.

결선투표 결과는 놀랄 만한 것이다. 지난달의 중간선거에서 이 지역 현역 의원인 공화당 헨리 보닐라(52) 후보는 48.6%를 득표했다. 당선을 확정 짓는 데 필요한 과반에 불과 1.5%포인트가 모자랐지만 그는 20%의 득표율로 2위를 한 민주당 키로 로드리게스(60) 전 하원의원을 압도했다. 그런 그가 한 달 만에 치러진 결선에서 로드리게스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개표 결과 보닐라는 지난달의 득표율에 못 미친 46%를 기록했고, 로드리게스는 54%를 획득했다. 이로써 미 하원의 의석은 민주당 233, 공화당 202석이 됐다. 중간선거 전의 의석은 공화 232, 민주 203석이었다.

공화당은 결선투표에 대해 낙관하고 있었다. 보닐라 후보가 지난달 큰 격차로 앞섰던 데다, 텍사스는 그래도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편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다수가 그간 친(親)공화당 성향을 보였던 히스패닉(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 이민자)이라는 점도 마음을 놓게 한 요인이었다. 그런 그곳에서 공화당은 멕시칸계 현역 의원을 잃고 말았다.

이에 대해 시사주간지 타임 온라인판은 "민주당 바람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으며, 히스패닉이 공화당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선거 결과가 2008년 대통령 선거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민주당의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역시 멕시칸계인 로드리게스 후보를 적극 지원한 사실을 거론하며 "민주당의 승리는 텍사스에서 힐러리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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