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부채 3천억불 넘는다(걸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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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전후 보상문제 어떻게 처리될까/보상능력 전무… 장래는 암담/외국·국제기관등 금융지원도 난망
이라크군의 쿠웨이트 철수가 설령 종전으로 이어진다 해도 이라크는 전후보상·전범문제 등으로 「도탄」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이라크는 걸프전발발 이전에 이미 7백억달러(한화 약 49조원)가 넘는 외채를 안고 있었고 전쟁발발로 인한 이라크·쿠웨이트 양국의 피해액이 줄잡아 2천1백억달러로 추정되므로 기타 피해액을 합쳐 이라크가 짊어져야할 「빚」은 최소 3천억달러(한화 약 2백10조원)가 넘는다.
지난해 12월15일 후세인이 제의한 평화안 속에는 ▲이라크의 누적채무를 모두 소멸하고 ▲다국적군측이 이라크 재건을 맡아주도록 하고 있다.
이것은 후세인이 머리속에 현실적인 「손익계산서」를 그리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이라크가 지탱할 수 없다고 인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부시 미 대통령의 「밀어붙이기」로 무조건 항복 직전에 놓여있는 이라크는 모든 전쟁당사국의 피해보상을 온통 떠맡게될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중동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다국적군의 9만여회에 이르는 공습으로 이라크 정유시설의 80% 및 주요발전설비·건물·교량 등이 파괴돼 시급한 사회시설복구와 산업기반 복구에만도 1천5백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게다가 전후 쿠웨이트정부로부터 피해보상요구를 받을게 분명하므로 이라크는 2중·3중의 곤욕을 치러야한다.
지난해 10월29일 유엔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야기된 재정손실과 인권침해를 문서로 입증하도록 각국에 요청하는 결의안 6백74호를 채택해 놓고 있다.
이에 따라 다국적군 참가국들은 제각기 「배상범위」를 책정하고 있으며 이라크군의 파괴·약탈행위·인권침해 사실 등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한편 쿠웨이트 망명정부는 쿠웨이트에 대한 이라크군의 파괴·약탈행위에 따른 피해가 대략 2백50억달러,그밖에 유전파괴·건물손상 등을 합치면 총 피해액은 6백억달러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파괴된 산업·민간시설들을 완전복구하는데는 1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쿠웨이트의 피해액도 문제지만 이라크군이 점령기간동안 1천8백개소에 이르는 쿠웨이트내 유정중 5백17개소에 방화,이를 소화시키는데 따른 고충과 원유생산중단에 따른 손실도 막대할 것이다. 이에 대한 이라크의 보상능력은 한마디로 「전무」하다고 볼 수 있다.
국제수지의 절반이상을 석유수출에 의존해온 이라크는 각국의 경제봉쇄가 풀리고 원유생산능력이 전전수준으로 회복된다 하더라도 연간 2백40억달러의 수입밖엔 없다.
단순계산상 최상의 경우에도 빚을 갚는데 12∼13년이 소요될 것이나 파괴된 이라크의 산업능력을 감안하면 이라크의 산업능력을 감안하면 이라크의 자력재건능력은 전혀 없다고 단정지을 수 있다. 이러한 이라크에 대해 본격적인 금융지원을 해줄 나라나 국제기관도 나타날 것 같지 않아 이라크의 장래는 암담하기만 하다.
지난번 베이커 미 국무장관이 밝힌 바 있는 「중동부흥개발은행」 구상도 거액 출자자가 될 사우디아라비아가 난색을 표명하고 있고 이라크에 친미 정권이 들어서기 전에는 일본·유럽의 대 이라크 원조도 매우 한정적이 될 공산이 크므로 현재로선 전후 이라크에 대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다만 1차세계대전후 지금의 이라크와 비슷한 위치에 놓인 독일에 급진정권이 들어선 예를 들며 전후처리 과정에 보다 신중할 것을 요구하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을 뿐이다.<김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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