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접경 다란시 표정/김상도특파원(걸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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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쿠웨이트 난민 귀국준비 분주/“이번주내 귀향” 기대에 들떠/사우디 동북부 도시 호텔객실 동나
○…쿠웨이트 망명정부와 난민들의 귀국준비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남부 타이프시에 임시정부를 두고 있는 쿠웨이트 지도부와 관리들은 걸프전이 다국적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날 것이 확실해지자 이번주안으로 임시정부를 사우디 동북부의 다란시로 옮길 예정이며 지다와 리야드 등지로 피신한 50여만명의 난민들도 쿠웨이트로 향하는 길목인 다란시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때문에 다란과 담맘·호바르 등 사우디 동북부 도시들의 호텔은 예약하지 않으면 방을 얻기 어려울 정도이며 리야드에서 다란으로 통하는 담맘로드에는 쿠웨이트 난민들의 것으로 보이는 이삿짐차량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쿠웨이트 난민들은 대부분 이번주안으로 귀국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공보처 직원들은 만나는 외국인들에게 엄지손가락이나 승리의 「V」자를 그려보이며 다국적군의 쿠웨이트 탈환 임박소식에 기뻐했다.
다란 칼튼호텔에 묵고 있는 한 쿠웨이트 사업가는 『동생과 누님이 쿠웨이트시티에 살고 있는데 다국적군과 이라크군의 격전으로 죽지 않았는지 몹시 걱정된다』며 『제발 살아 있기를 신에게 기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동안 사우디아라비아 호텔에 묵으면서 편안한 피난생활을 해온 쿠웨이트 난민들은 다국적군의 승리소식에 그다지 흥분하지 않는 모습들이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침공 직후 사우디아라비아로 탈출해 현재 이 호텔에 묵고 있다는 아메드 압둘 아지즈는 『쿠웨이트가 해방되게돼서 기쁘다』고만 담담하게 말했다.
또 언제 고국에 돌아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아지즈는 『쿠웨이트 정부가 곧 난민들에 대해 어떠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서두르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편 다국적군의 쿠웨이트탈환이 임박하자 쿠웨이트 망명정부의 자비르 알 아마드 알 사바 국왕은 이라크의 철군선언에 따라 26일 쿠웨이트전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쿠웨이트관영 KUNA통신이 보도했다.
○…다란의 인터내셔널호텔 2층에 설치된 쿠웨이트 망명정부의 공보부 사무실에도 26일 어느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려 직원들이 진땀을 빼고 있었다.
사무실책임자인 하산 알 사라드 공보부 부국장은 『기쁘다. 쿠웨이트는 이제 해방됐다』는 말을 되풀이 하면서 『6개월반동안의 공포는 이제 끝났다. 쿠웨이트는 이제 해방됐다. 신에게 감사한다』는 말로 기쁨을 표시했다.
그동안 각국 기자들이 별로 거들떠보지도 않은 각종 성명서등 홍보물을 만드느라 분주했던 쿠웨이트 공보부사무실은 이날 기자·난민 등 많은 사람들이 몰려 평소와는 대조를 이뤘다.
이 사무실의 책임자인 하산 알 사우드 국장을 만나 일문일답을 나눴다.
­현재 소감은.
『이라크군이 쿠웨이트 시민을 2천명이나 죽였다. 또 1만명의 쿠웨이트인을 이라크로 끌고가 인질로 삼고 있다. 이들도 앞으로 해결해야할 문제다.』
­지난 86년 해체된 의회를 다시 부활시킨다는 얘기가 있는데 앞으로 정부형태는.
『지금 상태에서는 얘기할 수 없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현재 한정돼 있고 불확실한 상태다. 또 그 질문에 대해 대답할 위치도 아니다.』
­전후 복구사업에 참여하는 국가들과 다국적군 참가국들과의 어떠한 관련을 생각할 수 있는가.
『쿠웨이트 해방을 도와준 나라들에 대해 어떠한 형태로든 고마움을 표시하게될 것이다. 그것이 곧 복구사업참여와 관련된다고는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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