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이라크 파병 협의] 美 "재건 + 치안 부대 보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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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는 5일(현지시간)부터 워싱턴에서 진행 중인 한.미 간 이라크 추가 파병 협의에서 파병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미국의 구체적 요청 사항을 듣는 자리로서 이후 파병 규모.성격.시기를 본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이번 협의 내용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미국은 이번 협의에서 파병의 성격, 이라크 주둔 미군의 교체 계획에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파병의 성격과 관련해선 이라크 안정화군(Stabilization Force)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이라크 재건과 더불어 치안유지도 맡는 부대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은 지난 9월 파병을 요청한 이래 '안정화군'을 강조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미국은 또 별도의 지역을 맡아 독립적인 작전이 가능한 부대를 거듭 희망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최초 파병 요청 때 다국적군으로 이뤄진 폴란드형 사단을 언급했지만 이는 다국적군보다는 독립된 지역을 맡는 폴란드 사단에 무게를 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특히 이번 협의에서 미국의 내년도 이라크 주둔 병력 교체 계획을 우리 측에 상세히 전달했다는 전언이다. 우리의 추가 파병과 이라크 주둔 미군의 감축이 맞물릴 것을 바라는 것이다.

실제 우리 정부의 2차 이라크 조사단이 이번에 방문한 미 101공중강습사단과 173공정여단, 방문 예정인 82공정사단은 미 국방부가 6일 발표할 병력 교체 계획에 들어가 있다.

이번 한.미 간 협의는 그동안 우리 사회 내의 전투병.비전투병 파병 논란을 수그러뜨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요청에 바탕을 둔 파병을 하려면 현실적으로 전투병이냐, 비전투병이냐 하는 이분법적 발상이 맞지 않기 때문이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6일 비전투병 파병을 미국에 전달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제동을 건 것도 이와 맞물려 있는 듯하다. 盧대통령이 한.미 관계와 세계석유 질서 전망을 파병의 고려사항으로 제시한 것은 우리 정부가 앞으로 미국의 요청과 석유의 안정적 확보에 무게를 두고 한.미 간 협의를 진행할 것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영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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