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부도설 “무성”/걸프전이 몰고온 증시 풍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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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수출부진등 어려운 여건을 반증/감량노려 그룹내 합병논의 활발
증시에 인수나 합병·부도에 관련된 풍문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소문은 증시속성상 언제나 나돌게 마련이지만 올들어서는 빈도가 잦다는게 증권관계자들의 얘기다.
수출경기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서 걸프전등으로 내수까지 위축돼 기업경영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는 한 반증이다.
인수나 합병에 관한 설은 악의적으로 조작,유포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로 해당기업의 영업실적이 전에 비해 상당히 나빠지는등 그럴듯한 근거를 갖고 있는 때도 없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현재 고등법원에 회사정리절차 개시신청이 계류돼 있는 대도상사의 경우다.
모피의류 수출업체인 이 회사는 수출부진으로 지난해 9월 사실상의 부도를 낸후 경영이 날로 악화되면서 회생기미가 불투명하자 다른 회사에 넘어간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컴퓨터업계의 총아로 불리던 삼보컴퓨터도 피인수설에 시달리고 있다.
주종품인 퍼스널컴퓨터의 수출부진에다 내수판매에서도 가격경쟁이 치열했던 탓에 지난해 실적이 좋지않다는 점이 이같은 소문의 근거가 되고 있다. 작년 가을 이후 롯데·삼성·쌍용 등에 넘어간다는 식의 풍문이 줄을 잇더니 올들어서는 포철에 인수된다는 얘기까지 나돌았으나 지난달말 양사 모두가 「사실무근」이라는 부인공시를 내기도 했다.
벽산계열의 음료업체 (주)펭귄이 진로그룹에 인수된다는 소문은 최근 진로가 「검토중」이라고 공시함으로써 사실로 확인되었다.
수출부진으로 특히 타격이 큰 섬유·의류업체를 중심으로 부도설도 계속 나돌고 있다.
서로 다른 기업간에 인수설이 나도는 것과 함께 그룹계열사인 합병도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이는 경기부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감량경영전략에 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럭키금성그룹의 경우 금성통신이 지난 7일 금성전기를 흡수합병키로 결의했으며,(주)럭키는 제약사업강화를 위해 비상장계열사간 럭키제약을 합병하는 문제를 부인 공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는 계속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성사와 금성반도체를 합치는 방안도 추진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그룹주력기업으로서의 면모를 더욱 다지기 위해 미 제너럴모터스사와의 합작사인 삼성의료기기를 지분 문제가 마무리되는대로 합병하는 계획을 추진중에 있다.
대우전자와 대우통신도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합병하는 방안을 거의 굳히고 있다.
이밖에 금융산업 재편차원에서 한양투금과 금성투금은 은행으로 전환하기 위해 지난달말 합병을 결정한 바 있다.<심상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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