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년 반값 아파트 선보이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특히 한 사장이 이날 간담회에 앞서 이용섭 건설교통부 장관을 만났고 청와대도 방문한 것으로 밝혀져 주공의 토지임대부 주택분양 시범 실시는 정부 차원의 결정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반값 아파트 분양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선 땅과 돈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 주공, 연말께 추진계획 결정=한 사장은 이날 "이르면 연말께 구체적인 추진 방안과 분양가구 수, 지역 등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공 내부에서는 토지임대부 분양을 적용할 단지로는 내년에 실시계획 승인이 예정돼 있는 파주신도시 2단계, 광교.김포신도시, 양주 옥정지구 등을 유력하게 꼽고 있다. 특히 상징성이나 파급 효과 등을 고려했을 때 파주신도시가 더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실시계획 승인과 동시에 택지공급 승인 절차가 진행되는데 이때 개발방식, 임대와 분양 물량을 결정하는 공급방식이 결정된다. 따라서 토지임대부 분양을 시범 실시하려면 실시계획 전 단계의 택지지구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당초 주공이 토지임대부 분양 대상으로 시뮬레이션 작업을 했던 송파신도시의 경우 분양 시점이 2009년으로 내년 시범 실시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내년 시범 실시 결과에 따라서는 2008년 실시계획이 예정돼 있는 송파신도시.평택 등지에서 토지임대부 분양 물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주공이 토지임대부 분양을 검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주공 부설 주택도시연구원은 '공영개발 확대와 토지 및 주택 공급방식의 다양화'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토지임대부 주택'방식을 정책 대안으로 제시했고 주공이 이를 청와대에 보고했었다. 한 사장은 지난해 말에도 "토지임대부 분양을 도입하면 분양가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며 "특히 수도권 분양아파트는 지방에 비해 땅값 비중이 커 이 제도 도입을 통한 분양가 인하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었다.

◆ 정부 방침은 내년 초에 확정=주공의 반값 아파트 추진과 관련, 건설교통부 박선호 주택정책팀장은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이 밝힌 것처럼 토지임대부 분양을 포함한 분양가 인하 방안을 내년 1월 이전에 결정할 것"이라며 "다만 주공의 시범실시 계획에 대해선 지금 언급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양균 실장은 최근 "부작용이 많다 하더라도 중산.서민층의 주거 안정을 최우선 삼아 한 달 안에 결론내릴 것"이라며 토지임대부 분양제의 도입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한 사장은 이날 시범 실시계획을 밝히기 전에 이용섭 건교부 장관을 만나 "토지임대부 분양은 분양가를 낮출 수 있는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로 내년 중 시범적으로 실시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교부 관계자는 "장관이 토지임대부 분양에 대해 한 사장의 의견을 물었고 한 사장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이라며 "하지만 그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을 만난 한 사장은 청와대를 방문한 뒤 예정보다 40여 분 늦게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한 사장은 이 문제로 노무현 대통령도 여러 차례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열린우리당 부동산특위는 '공공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법안은 한나라당이 제시한 토지임대부 분양, 열린우리당 이계안 의원이 발의한 환매조건부 분양 등을 망라하고 있다.

이처럼 여야가 한목소리로 반값 아파트 분양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주공이 시범 실시계획까지 밝히고 나섰기 때문에 반값 아파트 분양 계획은 조만간 어떤 내용으로든 확정될 전망이다.

◆ 넘어야 할 난관 많아=비록 토지에 대한 소유권은 없지만 토지비가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아 크게 싸진 반값 아파트가 나오면 주택시장은 큰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공공기관의 주택물량만 반값 아파트로 내놓더라도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 인하 효과까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택지지구 내에서 일부에만 토지임대부 분양이 도입되면 효과가 떨어질 것이란 주장도 있다. 토지정의시민연대 남기업 사무처장은 "같은 지구 내에서 토지까지 분양한 일반 아파트의 가격이 오른다면 토지임대부 분양 아파트 주민들은 임대료를 낮춰 달라거나 전매 제한을 풀어 달라는 요구를 해 올 수 있다"며 "주공의 계획처럼 일부에만 토지임대부 분양을 적용해선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지역 선정도 고민거리다. 사실 서울과 경기도의 핵심지역에 반값 아파트가 나와야 효과가 크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 위해선 주공.토공 등 공공기관의 토지 매입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커진다. 한나라당은 연기금의 투자, 열린우리당은 종합부동산세의 목적세 전환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명쾌한 해법은 아니라는 게 시장의 평가다.

또 반값 아파트의 임대료 등을 낮추기 위해 용적률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선 일반 아파트의 용적률을 400~500%로 높이기만 해도 분양가 인하 효과를 낼 수 있는데, 용적률을 올려가면서 토지임대부 분양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준현.함종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