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요구 수렴… 폭력은 안돼”/성대 새 총장 장을병교수(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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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외부 활동보다 대학발전 주력
『오랜기간 재야민주화운동을 해왔기 때문에 학생들이 저에 대해 갖고 있는 「기대감」과 당국의 「우려」모두를 어떻게 극복할까가 큰 과제입니다. 그러나 일단 총장에 임명된 이상 외부활동보다는 대학을 발전시키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19일 성균관대 제15대 총장에 임명된 장을병교수(57·정치학)는 유신체제와 5공화국을 거치면서 각종 강연과 저술활동등으로 반정부활동을 벌여온 소위 「반체제교수」로 더 유명하다.
장교수의 이같은 경력때문인지 지난달 25일 전체교수투표에서 1백32표로 2위와 40표이상 차이가 나는 최다득표를 하고도 총장임명이 지연돼 오다 결국 14대 총장임기만료일인 19일에야 재단에 의해 총장으로 결정됐다.
61년 모교인 성대에서 강사로 출발한 장교수는 유신체제가 시작되면서 강한 톤으로 당시만해도 서슬퍼렇던 박정희정권을 공격해 주목을 끌었었다.
「10·26」이후 80년 5월에는 변형윤·이문영교수등과 함께 신군부의 등장을 비판하는 지식인 1백34인 선언을 주도한뒤 「5·17」이 나면서 수배인물이 됐다.
『피신처를 제공해준 데다 너무 큰 피해를 볼 것 같아 한달여만에 자수했습니다. 당시 남산 중앙정보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고 해직됐습니다.
그렇지만 잘못된 현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결코 지식인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신념은 지금도 변함이 없어요.』
84년 7월 학교로 되돌아올 때까지 장교수는 함께 해직된 다른 교수들과 함께 강연활동을 벌이고 해직교수협의회를 만드는등 활발한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장교수는 『오랜 재야운동을 해왔지만 정권이 비난하는 것처럼 학생들을 선동해본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86년 성대생 6백여명이 교내 건물옥상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일 당시 학생대표들을 설득해 농성을 풀게했던 일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학자들의 현실참여와 학생들의 양심에 따른 행동 모두가 필요하지만 폭력을 앞세워서는 결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합니다.』
장총장는 또 학생운동에 대해서도 『70∼80년대에 독재정권과 맞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했음을 인정하지만 최근에는 무작정 실력행사를 앞세우는 경향이 있어 우려된다』는 비판을 잊지 않았다.
장총장은 『말을 많이 하는 편이지만 중요한 말만큼은 신중히 가려함으로써 책임지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학생들과 적극적으로 만나 그들의 요구와 고민이 무엇인가를 확인하고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고 밝혔다.<김종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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