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만에 돌아온 '뺑코' 이홍렬 "일복·女福 다 터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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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코' 이홍렬(49)이 돌아왔다.

올 가을 방송사 개편에서 KBS 1.2TV에서 한개씩, SBS와 스카이라이프 HD(고화질) 전용 채널에서 한개씩 총 네 개의 프로그램을 맡아 다시 '바쁜 몸'이 됐다. KBS-2TV '스타 집현전' 이후 6개월 만이다.

지난 3일 '이홍렬.박주미의 여유만만'(KBS-2 월~금 오전 9시30분) 생방송으로 첫 타석에 들어선 그는 게스트로 나온 왕영은에게 "1980년대 초반의 이효리였다"는 둥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며 프로 제목처럼 여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첫 방송을 앞둔 그를 만나 그동안 쉰 이유부터 물었다. "개편 때마다 숱한 섭외가 쏟아져 내가 골라야 할 입장이었다. 하지만 6개월 전엔 딱 두개 프로에서만 부름을 받았다. '아~ 다시 쉴 때가 됐구나' 싶었다." 솔직한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 이홍렬은 '떠나야 할 때'를 알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걸로 유명한 사람이다. 코미디언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던 93년 미련없이 2년 간의 일본 유학을 감행했고, 자기 이름을 딴 '이홍렬쇼'가 절정의 인기를 끌던 98년엔 1백회를 끝으로 1년반 동안 미국 연수길에 올랐다.

그는 "만약 그때 쉬면서 많은 걸 체험하지 못했다면 지금까지 방송을 계속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도 일말의 후회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지난 6개월간의 휴식을 통해선 이홍렬은 뭘 느끼고 배웠을까.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는데 가는 곳마다 아주머니들이 '아유, 왜 방송을 쉬세요?'라며 너무 반가워했다. 나는 늘 젊다고만 여기다가 '이제 과거의 내 팬들이 다들 나이 들어 주부가 됐구나, 나도 리포지셔닝이 필요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아침 주부 시청자들과 만나야 하는 토크쇼 '…여유만만'을 택한 건 이런 고민의 소산이었다. 하지만 이런 프로는 처음이라 신인처럼 걱정이 앞선단다. 그래도 '이홍렬쇼' 이후 처음으로 이름을 내건 프로이니만큼 "열심히 하면 알아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많은 걸 투자하겠다"고 한다.

'…여유만만'외에도 농어촌 현장을 직접 찾아가 도시인들의 관심을 일깨우는 '농어촌네트워크 싱싱 토요일'(KBS-1 토요일 오전 10시), 현재와 역사 속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백만불 미스터리'(SBS 월요일 저녁 7시5분), 재미있게 골프를 가르치는 '이홍렬의 월드골프'(스카이HD)까지 이홍렬은 새로 맡은 프로 하나하나 맘에 들지 않는 게 없다고 했다.

게다가 공동 진행자로 '…여유만만'의 박주미, '백만불…'의 이유진, '농어촌…'의 강수정 아나운서가 나설 예정이라 입이 귀에 걸릴 지경이란다. "뒤늦게 여복(女福)이 터진 게 아닌지 몰라. 항상 이성미 아니면 이경실이랑 진행했는데…." 절로 농담이 나온다.

여복은 방송에서만 터진 게 아니다. 아이들(중3, 중1)과 함께 미국에 남아 대학 공부를 마친 아내가 몇달 전 귀국하면서 2년10개월 간의 기러기 아빠 신세를 면했다.

이홍렬은 "나도 늦깎이로 대학(중앙대 연극영화학과 87학번)을 졸업했기에 아내를 기꺼이 뒷바라지할 수 있었다"며 "냉장고에서 찬밥을 꺼내 데워먹던 절절한 체험까지 녹이면 주부 프로도 잘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신예리 기자<shiny@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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