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셀러 드라마화|시청자 흥미 못 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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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베스트셀러 소설들이 TV 드라마의 단골소재로 이어지고 있다.
KBS-2TV는 박범신 원작 『불의 나라』(연출 유시형)에 이어 그 속편인 『물의 나라』(연출 이민홍)를 주간(월·화요일) 연속극으로 11일부터 방송한다.
또 이문열 원작 『레테의 연가』를 미니시리즈로 6일부터 방송하기 시작했다.
소설 『불의 나라』 『물의 나라』는 졸부들의 요지경 같은 생활에 조소를 보내는 내용으로 황금만능주의·향락주의를 비판하는 게 주제이나 그보다 코믹한 성격을 가진 주인공들의 풍자적 행태와 과장된 듯한 의외의 상황전개로 폭발적 인기를 끌었었다.
드라마 중 졸부들 사이에서 좌충우돌, 풍자와 야유를 거침없이 보내는 한길수역의 이원용은 재치있는 연기로 새로운 스타로 부상하고 있고 『물의 나라』에는 영화 『마유미』로 눈길을 모은 김서라가 등장한다.
『레테의 연가』는 순정적인 로맨스와 비극적 현실 사이의 갈등이 이야기 전체를 이끄는 전형적인 멜러드라마다.
이러한 TV 드라마의 베스트셀러 편향은 시청률만 의식한 편의주의적 기획이란 비판도 받고 있다.
『레테의 연가』와 거의 비슷한 내용인 최인호 원작 『겨울나그네』의 경우 지난해 미니시리즈로 드라마화 됐으나 김희애·손창민 등 호화배역에도 불구, 영화·소설의 큰 히트와는 달리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었다.
이미 시청자둘에게 참신한 느낌을 주기 어려운 이들 작품에 비해 창작드라마인 『서울뚝배기』(K-1TV), 『그여자』 『고개숙인 남자』(이상 MBC TV) 등이 시청률 정상에 올라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또 이들 작품들은 원작에 비해 이렇다할 독특한 각색도 엿보기 어려웠고 대형드라마로 만들기엔 스케일이 작은 내용이며 정상급 연기자들만 주인공으로 배역하는 등 여러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향이라는 분석도 많다. 더구나 소설 『불의 나라』 『물의 나라』 등에선 성인 취향의 노골적 표현이 인기요소였으나 이를 희석할 수 밖에 없는 TV 드라마에선 엉성한 부족감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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