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지성의 산실 - 하버드 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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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눈이 소북히 쌓인 보스턴시 근교의 하버드대학을 찾던 날 우리 연수단 일행은 설레는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미국 대통령 6명, 노벨상 수상자 33명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세계적인 지성을 배출하며 명실공히 최고 명문대학으로서의 명성을 누리고 있는 대학을 직접 찾아보게 됐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우리 일행은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EJ 코리박사와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행운까지 갖게돼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간직할 수 있었다.
화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한국 유학생으로부터 최근의 화학 연구동향을 설명 듣던 중 세미나실에 들어온 코리박사는 파세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정정하고 수수한 옷차림이다.
코리박사는 하버드대의 성공비결을 과학에 대한 사랑·능력·노력·성취 동기 등 네가지로 설명했다.
코리박사는 『현대과학에서 천재의 시대는, 지나갔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것이 더 많은만큼 과학도들의 더많은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자를 6명이나 배출한 화학과에서 유기합성의 대가인 코리박사는 「코리그룹」으로 불리는 34명의 연구팀을 거느리고 있는데 이 가운데에는 한국에서 유학온 대학원생과 박사 후 과정생 5명이 참여하고 있어 더욱 친근감을 느끼게 했다.
코리박사는 「사생활을 희생해야 학문에 성공한다」는 신조로 일요일·공휴일도 없이 매일 오전 9시에 연구실로 출근, 오후 6시에 퇴근하는 시계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니 학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는 듯 했다.
우리 일행은 유학생들의 안내로 각종 실험실·도서관등을 둘러보았는데 어느 곳에서나 연구원들의 진지한 태도와 훌륭한 시설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특히 놀란 것은 스펙트럼 분석장치로 이 기계는 유기화학실험에 매우 중요한데도 우리나라에는 서울대와 과기대에 한대씩밖에 없다는데 이 대학에는 화학과에만 여섯대나 설치돼었었다.
레이저 발생장치 앞에서는 녹색으로 가늘게 뻗어나가는 빛이 너무 신기해서 겁도 없이 손에 들고있던 노트로 빛을 가로막았더니 녹색의 불꽃이 번쩍 튀는 바람에 뒤로 넘어질뻔 했다.
더욱 부러운 것은 도서관에서였다.
캠퍼스 곳곳에 흩어져있는 98개의 도서관중 한곳인 화학과 도서관이었는데 우리나라의 답답한 도서관과는 달리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이 그렇게 기분좋을 수가 없었다.
하버드 대학의 장서가 1천만권에 이른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것 같았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하버드 대학의 시설을 둘러보고 유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며 내가받은 충격은 컸다.
훌륭한 시설이 부럽기도 했지만 「무섭게」공부하는 미국 학생들의 학습태도가 두렵게 느껴졌다.
『언젠가 다시 하버드에 와서 같이 연구에 참여하길 기대한다』는 코리박사의 말을 되새기며 하버드대학을 떠나는 나의 마음은 많은 생각으로 무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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