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에 정부지원 늘려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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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버스요금의 인상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서울시내 버스사업자들은 운행중단까지 결의해 놓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정은 전국이 다 마찬가지여서 시내버스요금의 인상요구가 전국적인 것이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문제는 시내버스요금에 국한되지도 않을 것이다. 시내버스요금이 인상되면 시외버스요금도 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또 택시요금·연안여객선 운임의 인상도 불가피해질 것이다.
이러한 대중교통요금의 연쇄적인 인상이 가뜩이나 물가고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가계를 더욱 더 압박하게 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그것은 새로운 물가상승 요인이 되어 다른 물가들을 뛰게 하고 그것은 다시 가계로 떠넘겨져 서민들은 2중,3중의 부담에 허덕이게 될 것도 뻔한 일이다. 서민들로서는 참으로 우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우리는 그러한 사정을 잘 알면서도 현재의 대중교통요금 정책 아래서는 그 인상률이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을뿐 인상 자체는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내 버스업자들이 1천만 서울시민의 발을 묶겠다고 위협하고 농성까지 벌이고 있는 것은 결코 찬성할 수 없지만 인상요인이 있는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버스의 경우 지난 89년 2월,택시의 경우 지난 89년 7월1일 이후 요금인상이 없었기 때문에 그동안의 각종 물가상승과 임금인상 등으로 인한 운임원가의 상승에 비추어 업자로선 요금인상 요구를 할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본다.
그러면 서민가계의 부담과 교통업계의 경영악화라는 이 상충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 것인가. 과연 서민가계의 부담도 작게 하고 교통업계의 수지도 개선시켜주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여기에서 우리는 교통요금 정책의 근본적인 발상전환이란 문제를 제기하게 된다. 근본적으로 대중교통의 공정성을 외면한채 수익자 부담원칙 아래 책정되고 있는 현재의 요금정책으로는 물가고→요금인상→물가고→요금인상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은 국가가 국민들에게 제공해야 할 기본적인 공공서비스다. 그런데 현재의 대중교통 요금정책은 그것을 마치 일반 상품이나 기호품처럼 거의 전적으로 국민의 호주머니로 해결하게 하고 있으니 물가가 오를 때마다 요금인상 문제가 제기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중교통은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할 기본적인 서비스이기 때문에 사회주의권 국가는 물론이고 서방선진국에서도 대부분 대중교통수단의 경우는 아예 공영제로 운영되거나 아니면 각종 세제혜택과 보조금 지급으로 값싸고 안정적인 요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의 부담도 결국은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이나 요는 국가가 예산편성에 있어서 대중교통 부문에 우선 순위를 부여함으로써 교통비에 대한 국민의 추가적 부담을 최소화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요금정책도 이제는 이러한 방향으로 과감히 발을 옮겨야 한다. 그것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다. 당장 이번에 이런 정책전환을 할 수는 없겠지만 가령 5개년 계획을 세워서라도 정책전환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우리는 이번 요금인상에 있어서도 시민과 버스업자뿐 아니라 정부도 부담을 나눠 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세제상 혜택의 확대다.
현재 정부는 교통수단 가운데서도 항공기·선박·철도의 연료에는 특별소비세를 면제해주면서 버스·택시·화물차의 연료에는 8∼9%를 부과하고 있다. 이는 버스·택시 등의 공공성도 제대로 인식 못한 것일 뿐 아니라 형평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또 차량값에 대해서도 버스·화물차에 대해서는 특별소비세를 비과세하면서 택시에 대해서는 10.5%를 물리고 있다.
이런 세금은 당연히 면제하거나 비과세해 버스나 택시업체의 경영을 도와주어야 한다. 그러면 적어도 그만큼은 인상요인이 줄어 들어 시민부담도 줄어들고 업계의 경영도 개선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세제상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여러가지 있다. 보조금까지는 아직 줄 수 없는 형편이라도 이 정도의 부담은 정부도 해야 마땅하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또 이러한 조처는 대중교통요금 정책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첫걸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의 경제상황은 모두에게 고통의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만큼 이번 요금문제에 있어서도 시민·운수업계·정부가 그것을 나눠질 수 밖에 없다. 시민도 어느 정도의 요금인상은 감수하고 운수업계도 상황이 좋아질 때까지 인상요구를 최소화하며 정부는 정부대로 일정부분을 분담하는 선에서 요금이 책정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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