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헌법 무시한 권고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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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유엔이 한국 정부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배상을 권고했다.

유엔 시민적.정치적 권리위원회는 신앙 때문에 입대를 거부해 1년6개월의 실형을 산 윤모.최모씨의 진정 사건과 관련, "한국 정부에 배상을 포함한 적절한 구제 조치를 취하라"는 견해를 최근 밝혔다.

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이들을 처벌한 것은 시민적.정치적 권리 규약 18조가 규정한 양심과 종교의 자유에 위반한다"며 재발 방지도 요구했다. 국내에는 2001년 이후 종교적 신념으로 입대를 거부해 처벌받은 사람이 3600여 명에 달해 앞으로 유엔에 비슷한 진정이 몰릴지 주목된다.

이번 권고는 회원국이 꼭 지켜야 할 의무 사항은 아니다. 그러나 해당국 정부는 유엔에서 최종 문서를 받은 뒤 90일 안에 실행 여부를 보고해야 한다.

이에 앞서 위원회는 지난달 3일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주장을 수용하고, 필요한 조치의 이행과 함께 관련 법률을 제정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당시 위원회는 시민적.정치적 권리 보장에 대한 한국 정부의 이행 여부를 평가하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또 한국의 양심적 병역 거부자의 경우 최고 3년 징역을 받아 전과자로 전락, 출소 후에도 공직에 나가지 못하는 등의 불이익을 당하는 데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유엔 인권고등판무관 소속인 이 위원회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으며 회원국에서 인정받지 못한 인권 문제를 심사해 잘못이 인정될 경우 해당 정부에 시정을 권고하고 있다. 이와 관련, 외교부 측은 "병역 의무는 법에 규정된 사안이라 법무부.국방부 등과 협의해 정부 입장을 유엔에 보고하겠다"고 밝혔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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