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교수 채용은 '동종 교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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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교수 인력 충원 방식을 하루빨리 개혁해야 한다. 이게 대학이 잘되는 유일한 길이다."

김광웅(65)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가 정년퇴임을 앞두고 7일 고별강연을 통해 서울대와 정부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교수 한 명을 뽑으려면 평가위원이 700~800쪽에 달하는 논문을 읽고 토론을 벌이며 심도 있는 개별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서울대는 논문 2~3편 읽고 평가서 예닐곱 줄 정도 쓰는 식으로 점수를 매겨 교수를 뽑으니 일류 대학이 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서울대 교수 채용의 문제점으로 ▶가까운 제자나 조교 출신을 뽑으려는 '동종 교배' ▶자기보다 나이 많은 교수의 채용을 꺼리는 계급적 경향 ▶자신과 연구방법론이 다른 사람을 기피하는 풍토 ▶독점적 지위를 누리기 위해 같은 분야의 연구자를 뽑지 않는 태도 등을 꼽았다.

그는 또 "대학이 관료화돼 가고 있다"며 "대학조직이 살 길은 교수와 학생에 대한 평가를 더 엄격하게 하고, 되도록 수평.평등 조직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근영 기자

◆ 김광웅 교수=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미국 하와이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72년부터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로 재직했으며 내년 2월 정년퇴임한다. 99~2002년까지 초대 중앙인사위원장을 역임했으며 2004년 열린우리당 공직후보자 자격심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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