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대에 감사반 투입/교육부/입시관리·교수채용등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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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건대·부산여대 수사 확대/서울대는 문제학생 등록 보류
예체능계 대학입시 부정수사가 전국으로 확대돼 서울대·이대·건국대에 이어 부산여대에서도 부정혐의가 드러났으며 부산대·동아대 등에서도 2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가 시작됐다. 또 건국대에서는 바순부문에서도 부정합격이 드러나 학부모 1명이 추가 구속됐다.
한편 교육부는 전국대학 전면감사방침에 따라 30일 1차로 한양대·중앙대·대구대·호남대 등 4개대학에 감사반을 투입했고 서울대는 이번 입시부정에서 문제된 학생전원에 대한 등록을 보류시키기로 결정했다.
◇건국대=서울지검 동부지청 수사과는 30일 정원 9명인 건국대 사범대 음악교육과의 관현악전공 합격자중 이미 부정합격으로 밝혀진 4명외에 부정합격자가 3∼4명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심사위원 5명 전원을 소환,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6일 구속된 이 대학 안용기교수(60)를 조사한 결과 새로운 청탁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충북 C대강사 신모(45)·서울 S대강사 정모(54)씨 등 5명을 소환,금품수수여부등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안교수는 검찰조사과정에서 『지금까지 부정합격자로 밝혀진 4명외에 3∼4명의 학부모로부터도 부탁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안교수는 이들 학부모로부터 금품수수사실을 강력히 부인하는 한편 정씨등 2명에게는 차비명목으로 50만원을 건네주었다고 진술함에 따라 이 돈의 출처와 정씨등이 돈을 받고 가산점을 주었는지 여부를 수사중이다.
검찰은 이에 앞서 이날 안교수가 서울지검에 구속된 건국대 음악교육과 강사 이정건씨(48·서울시향연주자)로부터 부탁을 받고 바순부문에도 수험생을 부정입학시킨 사실을 밝혀내고 2천5백만원의 사례비를 건네준 학부모 윤인숙씨(48·주부·서울 삼성동 상아아파트 5동)를 배임증재 혐의로 추가 구속했다.
이로써 건국대 음악교육과에는 오보에·호른·비올라·바순 부문에서 각각 1명씩 모두 4명이 부정입학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교수 1명,강사 2명,교직원 1명,학부모 3명 등 모두 7명이 구속되고 학부모 1명이 수배중이다.
◇부산=부산지검 양인석 검사는 29일 부산여대 성악과 91학년도 입시실기시험에서 이 학교 김모(40)·이모(37)교수 등 심사위원 2명이 학부모 2명으로부터 1천만원을 받고 실기성적을 높게 채점,부정입학시킨 혐의를 잡고 이들 교수와 중간브로커 1명의 소재파악에 나섰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교수는 올해 성악과 신입생 선발시험에 합격한 김모양의 아버지 김모씨(51)등 학부모 2명으로부터 『실기시험때 높은 점수를 달라』는 부탁과 함께 5백만원씩 1천만원을 중간브로커를 통해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28,29일 이들 학부모를 소환해 조사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으며 관련교수들은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다.
검찰은 부산여대 성악과입시에서 또다른 학부모 2명이 심사위원에게 뇌물을 주고 자녀를 합격시킨 혐의를 잡고 해당 학부모와 교수를 곧 소환,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밖에도 동아대·부산대 등 4개대학의 입시관련 서류를 철야조사한 결과 학력고사·실기고사 점수차가 큰 수험생 20여명을 찾아내고 이들에 대한 과외지도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대학감사=교육부는 30일 1차로 한양대·중앙대·대구대·호남대 등 4개대학을 선정,대학입시관리·교원신규채용을 중심으로한 학사운영 감사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예체능계학과가 설치된 대학중 서울 2개대학·지방 2개대학을 골라 감사한뒤 서울대·이대·건국대 등 검찰의 예체능계 입시부정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대학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가 끝나 결과가 통보된뒤 특별감사를 실시키로 했다. 또 11개 교육대를 포함,전국 1백26개 대학 모두를 연내에 감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감사를 통해 대학사회의 ▲입시부정·교수채용을 둘러싼 금품수수 비리등 부조리를 철저히 규명하고 ▲이에 관련된 대학 및 관계자 전원은 재단에 파면을 요구하는등 엄벌하며 ▲사직당국에도 고발,형사처벌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이번 감사를 통해 드러난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마련,대학학사 행정의 정상화를 도모하고 학사행정을 바르게 운영하고 있는 대학과 다수의 선량한 교수를 보호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4개대 감사는 2월10일까지 11일 동안 계속되고 감사반은 교육부 과장급을 반장으로해 모두 9명씩으로 구성됐다.
◇등록 보류=서울대는 검찰수사에서 금품수수사실이 드러난 음대 목관악기 및 첼로부문 관련학생의 입학허용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일단 두 부문 합격자 전원의 등록을 보류하고 부정행위자 5명의 입학시험성적을 재사정키로 했다.
서울대 이현구 교무처장은 29일 『심사위원에게 금품을 준 것으로 조사된 학생들에 대해 검찰 수사결과만으로 합격을 취소하기는 어렵다고 본다』며 『일단 목관악기 및 첼로부문 합격자 전원의 등록을 유보한 뒤 검찰의 수사결과를 통보받는대로 문제가 된 학생들의 성적을 재사정해 금품수수가 합격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가려 합격취소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서울대의 이같은 방침은 신입생 등록기간인 2월6∼7일 사이 등록을 마친 다음엔 합격을 취소하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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