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하드2 불법복사 승인한일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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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미국 영화 직배사인 20세기폭스 코리아사가 영화프린트 초과복제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되자 20세기폭스코리아의 본사인 미 20세기폭스사가 국내 영화업자들을 저작권침해로 걸어 서울지검에 형사고소장을 제출, 「20세기폭스코리아 프린트 무단복제사건」이 복잡한 양상을 띠며 비화되고 있다.
20세기폭스 본사는 지난주 현재 국내상영 중인 영화 『다이하드2』의 필름 3벌을 무단복제해 배급한 것으로 보이는 영화배급업자 2명과 영화현상소 1곳을 상대로 무단복제에 관한 처벌규정인 저작권법 98조를 걸어 검찰에 고소했다.
20세기폭스의 해외배급 및 판매담당사장인 월터 시니어씨는 20세기폭스코리아의 영화법 위반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검에 낸 고소장에서 『20세기폭스는 영화의 불법복사를 승인한 사실이 없으며 한국에서의 프린트 초과복제사실에 대해 고발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었다』 고 주장했다.
월터 시니어씨는 이 고소가 『자사의 영화에 대한 어떠한 무단 또는 불법복제도 용납치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하는데 목적이 있다』며 『범법자가 가려지면 문화부가 20세기 폭스코리아를 상대로 낸 고소는 즉시 기각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부는 지난 9일 20세기폭스코리아가 『다이하드2』를 국내에 배급하면서 무단으로 3벌의 프린트를 불법 복사, 한미영화협정상의 제한 벌수인 13벌을 초과한 모두 16벌의 프린트를 만들어 전국의 극장에서 상영한 사실을 적발하고 검찰에 고발했었다.
그러나 이 고발에 대해 20세기폭스 본사가 한국업자들을 저작권 침해로 역공, 「20세기폭스코리아 무단복제」가 그동안 은밀하게 행해온 것으로 알려진 국내 업자들의 무단복제를 부각시키는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게 됐다.
문화부의 고발이 있자 20세기폭스코리아는 자신들은 13벌의 프린트만을 들여와 한국업자인 태흥영화사에 넘겼을 뿐이라고 반박했었다.
태흥영화사측은 이 주장에 대해 『프린트 무단복제는 태흥으로부터 프린트를 넘겨받은 2뎡의 지방배급업자가 세방현상소에서 3벌을 복사, 천안·전주·울산 등지의 극장에서 상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문화부는 『협소한 국내시장에서 20세기폭스코리아가 모르는 상태에서 프린트가 무단복제 돼 상영될 수 있다는 설명은 상식 이하』라며 『20세기폭스코리아가 어떤 식으로든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고발장을 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세기폭스사가 거꾸로 국내 업자들을 고소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 오고 있어 이 사건은 미 직배영화사의 국내 불법영업에 대한 경고라는 당초 의지와는 달리 자칫하면 국내 업자들의 해외저작권 도용을 입증시켜주는 계기가 되는 방향으로 결론 날 소지를 안고 있다.
영화관계자들은『진상은 사직당국이 가려내겠지만 20세기폭스의 주장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UIP와 20세기폭스의 국내 이권을 둘러싼 싸움에 문화부가 말려들어 국가위신만 멍들게 했다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있다.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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