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 이룬 '아름다운 음악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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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청소년들로 구성된 ‘하트하트 윈드 오케스트라’가 7일 저녁 서울 일원동 세라믹팔레스홀에서 연주회를 열고 있다. 신동연 기자


7일 오후 7시30분 서울 일원동 세라믹팔레스홀. 조명이 환하게 켜지고 13명의 발달장애 청소년들로 구성된 '하트하트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보조 객원 연주자들과 함께 입장하자 400석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이 뜨거운 박수를 터뜨렸다. 이 10대 연주자들은 다소 서툴지만 진지한 자세로 '크리스마스 캐럴' '마이웨이'등의 레퍼토리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자기 세계 속에만 갇혀 살아온 탓에 협주와 화음도 모르던 아이들이 세상과 대화하는 첫 연주회였다. 관객들은 이들이 만들어낸 선율을 귀가 아니라 가슴으로 들었다.

발달장애아는 또래보다 25%가량 운동.언어발달이 뒤지고 정신지체.자폐증 등의 증상을 보인다. 특히 사회성이 크게 떨어진다. 그래서 이 아이들이 모여 앉아 남의 소리에 조화롭게 화음을 빚어내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남의 연주가 들리면 소리를 질러 다른 친구들까지 말썽을 부리게 했던 수민(14.)양도, 옆에 다른 사람이 앉아 있는 것조차 못 견뎌 했던 석희(17)군도, 볼펜 조립 일을 나가느라 어렵사리 연습에 참석했던 현중(20)씨도 모두 한마음이 됐다.

가장 나이 어린 단원 한결(12)이의 어머니 장은실(39)씨는 "남들은 딱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내겐 너무도 자랑스러운 아들"이라며 "혹시 아이가 과잉 행동을 해 어렵게 준비한 무대를 망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로 연주단을 이끈 지휘자 박성호(31.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트롬본 주자)씨는 연주회가 성공적으로 끝나자 "큰 무대에 많이 서봤지만 이렇게 긴장해 본 적이 없었다"며 웃었다.

이 오케스트라는 올 3월 사회복지법인 하트하트 재단이 ㈜씨앤앰 커뮤니케이션의 후원으로 구성했다. '불협화음'이 '화음'이 되기까지 아이들뿐 아니라 이들을 지켜보는 선생님과 학부모도 많은 산을 넘어야 했다. 혼자는 잘 연주했지만 남과 어울려 기다리고 화음을 내야 한다는 것을 통 이해하지 못했다. 같이 어울려 앉아 합주하는 데만 두 달이 걸렸다.

하트하트 재단 장진아 부장은 "'불가능한 일을 너무 무리하게 하는 건 아닌가' '포기해야 하나'하는 우리 마음의 높은 산을 뛰어넘는 일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객석에서 눈물을 훔치던 신영숙(50.서울 강서구 가양동)씨는 연주를 마친 아들 영수(19)군의 등을 연방 도닥거리며 "고3인 영수가 음대에 진학해 음악가의 꿈을 활짝 펼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young@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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