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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소말리아서 꽃핀 동포애/남북공관원 합동탈출작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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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항공편 끊기자 한국대사 “함께 가자” 북측 설득/이대사 도움받기전 우리공관서 동숙/북공관원 총맞고 숨져가며 안전운전
1월초 아프리카 소말리아 내전으로 수도 모가디슈가 시가전에 휘말려 있을 때 남북한 공관원과 가족들이 합동탈출작전을 벌여 사지를 벗어났음이 밝혀졌다.<관계기사 3면>
소말리아 주재대사로 근무하다 본국의 철수지시에 따라 지난 17일 귀국한 강신성대사(54)는 23일 『지난해 연말부터 개시된 시가전으로 탈출로가 막힌 북한공관측에 공동탈출할 것을 제의,북한측이 이를 받아들여 이탈리아 대사관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대사에 따르면 지난 9일 북한 김용수 대사(55)등 공관원과 가족 14명이 모가디슈 공항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상황에 직면해 있는 것을 보고 같은 처지의 우리측 공관원들과 공동 탈출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날 밤을 우리공관에서 함께 지낸뒤 이탈리아대사관으로 피신,이탈리아측이 주선한 구조기로 케냐를 통해 귀국했다는 것.
피신과정에서 북한 공관원 한상렬씨가 군인들의 무차별 총격에 가슴을 맞았으나 총을 맞고서도 운전을 계속,안전지대로 차를 몰아 더이상의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게한뒤 숨졌다고 강대사는 전했다.
한국공관측은 당초 내전이 발발하자 케냐주재 한국대사관에 긴급구조를 요청,구조기에 북한공관원들을 함께 태우기로 했으나 구조기 연결이 잘못되는 바람에 놓쳐 이탈리아대사관에 재구조를 의뢰하게 됐다.
북한측과 이탈리아측은 그러나 서로간에 국교가 없다는 이유로 합동탈출에 난색을 표명했으나 강대사의 끈질긴 설득으로 성사되었다.
제3국 내전의 혼란속에서 남북한 공관원들이 합심하여 피신처와 탈출로를 주선하고 힘겹게 얻어낸 통신망을 통해 상대방의 안부까지 본국에 전하도록 하는 등 눈물겨운 동포애를 보인 것은 우리 외교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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