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중도좌파신문 타게스슈피겔지 사설|선택은 후세인 손에 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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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다음은 독일베를린에서 발행되는 중도좌파성향의 타게스 슈피겔지 18일자 1면 사설을 요약한 내용이다. 필자는 이 신문정치담당 편집국장 요하힘 뵐케 【편집자주】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에 흐뭇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현대식 무기가 사용되는 전쟁은 으레 많은 희생을 초래한다.
그러나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은 후세인 정권이 쿠웨이트에서의 철군을 끝까지 거부했기 때문에 불가피했다. 유엔이 쿠웨이트의 주권회복을 위한 마지막 방법으로 무력사용을 허가한 만큼 이번 공격은 합법성을 갖는다.
그러나 이라크군을 쿠웨이트에서 쫓아내기 위해 후세인의 군사적 잠재력까지도 파괴시켜야 하는 시점이 됐지만 이번 공격의 목표가 이라크의 분쇄에 두어져서는 안된다. 이번 작전의 목표는 오로지 쿠웨이트의 주권회복에 국한돼야 한다.
최악의 결과를 막는 길은 여전히 후세인의 손에 달렸다. 군대를 쿠웨이트로부터 철수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기름때문에 페르시아만에서 피를 흘리게 됐다는 말이 널리 퍼져 있다. 후세인이 분명히 말한대로 기름 때문에 그는 이 지역 전체를 지배하고 싶었다.
그러나 이러한 그의 야심은 국제적 법질서와 상충된다. 강자가 약자를 강압적으로 지배하는 패권주의는 항구적이고 정당한 국제질서의 기본이념이 될 수 없다. 유엔은 이러한 원칙에 맞게 행동했다.
유엔이 이라크에 가한 경제적 제재조치가 효력을 발휘할 때까지 더 기다릴 수도 있지 않았느냐 하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5개월째 경제조치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는 후세인의 경제·군사적인 힘이 커지는 것을 막을 수 있었을 뿐이지 쿠웨이트에서의 철군은 가시권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라크에 대한 제재조치의 효과를 내세워 무력수난의 투입에 반대하는 사람은 자신이 결국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을 찬성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자세는 특히 독일에서 뚜렷했다. 심지어 독일회사들이 이라크의 경제·군사적 증강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다가 이제는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손을 씻으러하고 있다.
특히 나쁜 것은 엄연한 쿠웨이트의 피점령은 문제삼지 않고 이에 대한 군사행동은 국제법상, 그리고 도덕적으로 합당하지 않다는 입장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람들은 후세인과 계속 접촉해온 고르바초프가 17일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후세인에게 있다고 한 말을 경청하려들지 않는다.
군사작전은 이제 겨우 제1단계 국면에 있음을 우리는 상기해야 한다. 보다 대규모공격이 계속될 수 있다. 또한 후세인이 결국 쿠웨이트를 해방하라는 요구에 굴복할 경우 이 공격은 중단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라크가 현재 경험하고 있고 또 앞으로도 경험할 것으로 보이는 막대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그가 결코 굴복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우리는 지금 당장 우려해야 한다.
후세인은 막대한 희생자가 발생하면 아랍세계내에 자신에 동조하는 연대세력이 늘어 결국 현재 자신에 대항하고 있는 아랍연합군의 협력체계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으로 희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거꾸로 바로 이점이 이번 전쟁을 빨리 끝나게 할 수도 있는 동기가 된다.
독일전역에서 연일 계속되고 있는 반전데모에 대해서도 한마디 해야겠다.
반전데모가 페르시아만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바라는 인류의 희망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당성이 있다.
그러나 이제 전쟁이 시작된 이상 이는 오류가 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 반전데모가 본의와는 달리 바그다드의 독재정권에 동조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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