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자면 성기능 떨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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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동안에 자주 호흡이 중단되는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남성은 발기부전.성욕감퇴 등 성기능 장애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한림대의료원 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양대열.신경과 이주헌 교수팀은 최근 1년간 수면무호흡증으로 이 병원을 찾은 환자 42명(평균 연령 50.2세)을 대상으로 성기능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이중 76%(32명)가 발기부전 의심 환자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는 50대 남성의 평균적인 성기능 장애율(50% 안팎)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또 발기부전 의심 환자에 대해 수면다원검사를 실시한 결과 수면중 숙면을 취하지 못할수록(수면다원검사상 무호흡-저호흡 지수와 잠에서 깨는 각성지수가 높을수록) 성기능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양교수는 "남성 성기능의 시작점은 뇌"이며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뇌에 산소가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것이 발기력.성욕 등 성기능이 떨어지는 원인일 것"으로 풀이했다.

수면무호흡증으로 인해 발기부전이 온 환자에게도 비아그라.시알리스 등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가 흔히 처방된다.

발기부전의 직접적인 원인이 수면무호흡증인 경우 '수면무호흡증 치료=발기부전 치료'라는 외국의 연구결과도 있다.

수면무호흡증은 낮에 졸음이 끊임없이 밀려오고, 수면 중엔 10초 이상 지속되는 무호흡이 시간당 5~10회 이상 또는 수면도중(7시간) 30회 이상 반복되는 것이 주증상이다. 코골이는 수면중 기도의 일부가 좁아지는 데 비해 수면무호흡증은 일시적인 기도 폐쇄를 뜻한다.

전체 성인의 2~4%, 40대 남성의 10%가 수면무호흡증 환자다. 최근 비만한 사람이 늘어나면서 이 병의 유병율이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수면무호흡증이나 코골이가 있으면 우선 체중부터 줄여야 한다. 체중을 감량하면 증상이 완화되거나 해소되기 때문이다. 술.수면제.안정제는 가급적 멀리해야 한다. 근육을 이완시켜 증상을 더 심하게 해서다. 잠들기 3시간 전엔 음주.과식.과로를 피하고 늘 규칙적인 수면 습관을 갖는 것도 방법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다면 바로 누워 자지 말고, 대신 옆으로 눕거나 엎드려서 자거나 머리 위치만 바꿔줘도 효과가 있다.

이주헌 교수는 "수면무호흡증 환자에게 일정한 압력의 바람을 코로 불어넣어 기도가 폐쇄되지 않도록 하는 양압보조기를 흔히 권한다"며 "이 기구를 구입하거나(200만~400만원) 대여해 사용하면 숙면시간이 길어지는 등 수면의 질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수면무호흡증의 특효약은 아직 없지만 수술은 가능하다.

강동성심병원 이비인후과 노영수 교수는 "심한 코골이 환자나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전신 마취 뒤 편도절제술을 받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면무호흡증은 성기능 장애 뿐 아니라 고혈압.뇌졸중.협심증.심근경색 등 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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